[금주의 영화] 그녀가 죽었다…'관종'의 삶 훔쳐보던 공인중개사, 살인사건에 휘말리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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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3 07:51  |  수정 2024-05-03 07:55  |  발행일 2024-05-0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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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삶을 몰래 엿보는 남자와 거짓말로 대중의 환심을 얻는 인플루언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그녀가 죽었다'. <미시간벤처캐피탈 제공>

공인중개사 구정태. 싹싹한 미소가 명품인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의 집에 들어가 몰래 훔쳐보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그의 관심을 끄는 대상은 SNS 인플루언서인 '한소라'다.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그녀의 삶은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한소라의 삶을 엿본 지 153일 되던 날, 기어이 사건이 터지고 만다. 설레는 마음으로 한소라의 집에 들어간 구정태가 발견한 것은 소파에 축 늘어져 죽어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던 것.

로맨틱 코미디 같던 영화는 어느새 범죄 스릴러로 태세를 전환한다. 그가 한소라 집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의 협박이 시작되고, 사건을 맡은 강력반 형사 오영주의 수사망은 촘촘히 좁혀진다. 구정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는 먼저 한소라의 SNS를 통해 주변 인물 탐색에 들어가는데….

영화가 보여주는 상황이나 인물은 낯설지만, 충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하다. 멀쩡한 얼굴로 몰래 누군가를 훔쳐보는 남자와 그럴싸한 거짓말로 대중들의 환심을 얻는 인플루언서가 그렇다. 둘은 전혀 다른 이질적 인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닮아 있다. 김세휘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음흉한 데가 있고, 끊임없이 자기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비호감적인 캐릭터들이다. 절대 옹호하거나 미화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밝혔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SNS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 되면서 관종, 염탐, 관음 같은 개념들이 부작용처럼 등장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이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실존적 현상이 된 것"이라며, "관객들이 캐릭터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는 저 정도는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볼 텐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영화에서 주목할 부분은 비중 있게 할애한 남녀 주인공의 내레이션이다. 정태는 관객에게 말을 거는 직접적 방식을, 한소라는 스스로에게 독백하는 형식을 썼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정태는 밖으로 향하는 인물이고, 반면 한소라는 안으로 향하는 인물이기에 내레이션을 다르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개봉.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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