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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본사를 둔 ㈜에스엠투가 개발한 고층용 비상탈출기 시연 모습. 에스엠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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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고층용 비상탈출기를 개발한 대구에 본사를 둔 ㈜에스엠투의 장사윤 대표.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
대구에 본사를 둔 ㈜에스엠투가 개발한 '고층용 비상탈출기(완강기)'가 최근 급증한 초고층 아파트에서 화재 등 비상상황 발생시 '생명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비상탈출기는 고층 건물에서 위급상황 때 줄을 이용해 지상으로 탈출하게 하는 피난 기구다.
현행 소방법상 공동주택의 3~10층까지는 비상탈출기를 의무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11층 이상 고층 거주자들은 화재발생시 적기에 대피하지 못해 인명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해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상탈출기 등 긴급 피난시설이 제대로 구비됐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이에 관련, 법령 개선과 함께 고층 건물에 비상 상황시 안전하게 피난이 가능한 장비나 시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에스엠투의 장사윤 대표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비상탈출기 'SLS(Safety Life Spare)'는 현재 건물 22층까지 사용할 수 있다.
기존 비상탈출기와 달리 새로운 기계식 메카니즘이 적용됐다. 특허를 여러 개 갖고 있고 2018년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형식승인을 받았다.
현재 대량 보급된 완강기 로프는 두께가 13㎜이고 합성수지를 사용해 화염에 약하다. 초고층용으로 제작하려면 부피가 커지고 무거워져 사고대처에 어려움이 적잖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개발한 SLS는 굵기(3.18㎜)가 얇은 항공스텐와이어를 사용한다. 화염에 강하고 높은 인장력 (1t)까지 갖췄다.
되감기가 가능해 비상탈출기 1대를 여러 명이 연속 사용할 수 있다. 문틀·문고리 등 안전한 공간을 찾아 어디서든 이동 설치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체 브레이크가 있다는 게 큰 특징이다.기존 비상탈출기는 하강할 때 속도가 빨라져 충격 방지용 매트볼이 필요하지만 SLS는 하강 속도를 직접 조절할 수 있다. 충격 방지 매트가 없어도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고, 현장 상황에 따라 건물 중간층으로도 탈출이 가능하다.
그는 "현재 11층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상탈출기 구비 규정이 없어 화재시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기존 비상탈출기는 메카니즘이 기계식이 아니라 초고층화 시대엔 사용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SLS를 개발한 계기는 1971년 서울 명동의 대연각 호텔 화재와 2001년 미국 911사건이었다.
그는 "특히 911사건때 비행기 충돌 후 화재로 건물이 무너지기까지 30~40분 여유가 있었다. SLS가 있었다면 수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기술 조사를 의뢰한 결과 세계 어느 나라에도 고층용 비상탈출기가 없다는 말을 듣고 개발에 확신을 가졌다. 2003년부터 10여년 간 연구 개발에 몰두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2016년에 제품을 완성했다.개발비는 20억원 이상 소요됐다.
에스엠투는 현재 100층에서도 비상탈출이 가능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장 대표는 "초고층빌딩 화재시 SLS가 피해자에게 생존 솔루션이 될 수 있다. 2017년 7월 관련법 개정으로 고층 건물에서도 비상탈출기 설치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잘 구비하지 않는다. 고층 건물 화재 발생시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 안전 설비 설치 유도를 적극 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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