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엔화의 등장인물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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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04  |  수정 2024-07-04 06:57  |  발행일 2024-07-04 제23면

일본이 1천·5천·1만엔권에 새겨진 초상을 근대사 인물로 바꾼 새 화폐를 3일 발행했다. 1천엔권에는 일본 근대 의학의 기초를 놓은 기타자토 시바사부로(1853~1931), 5천엔권에는 일본 여성 교육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쓰다 우메코(1864~1929)가 주인공이다. 1만엔권에는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가 들어갔다. 시부사와는 경제 관료 출신으로 경제강국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란 평가를 일본에서 받는다.

시부사와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구한말 경제침략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그래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그(시부사와)는 구한말 한반도에 철도를 부설하고 일제 강점기 경성전기(한국전력의 전신) 사장을 맡으며 경제 침탈에 앞장선 인물로 비판받아 왔다"며 "대한제국 시절 이권 침탈을 위해 한반도에서 첫 근대적 지폐 발행을 주도하고, 스스로 지폐 속 주인공으로 등장해 한국에 치욕을 안겼던 인물이다"고 적었다.

엔화에 등장한 새로운 인물은 우리나라 화폐 주인공들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한다. 100원짜리 동전에는 이순신 장군이, 1천원권에는 퇴계 이황, 5천원권에는 율곡 이이, 1만원권에는 세종대왕,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이 있다. 모두 조선 시대 인물이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조선의 유교가 지배하는 나라라는 말이 나온다. 각 나라의 화폐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그 나라의 영웅이다. 동시에 그 나라가 지향하는 방향도 보여준다. 지금도 우리는 조선을 지향하는가.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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