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식파
젊은 세대에선 찾는 메뉴가 전보다 다양해졌다. 닭요리뿐만 아니라 피자, 짬뽕, 소고기국밥, 갈비 등 다양한 고열량의 음식을 즐기는 이들도 나온다. 대구 중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15일 초복에 평일 저녁인데도 테이블이 거의 다 찼다. 이제 복날이라 해서 꼭 삼계탕이나 닭고기를 먹는 건 아닌 것 같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그런 듯하다. 20~30대로 보이는 손님이 많이 왔다"고 했다. 대학생 강지원(21)씨도 이날 중식당에 가려다 소고기국밥 전문점을 방문했다. 강씨는 "복날은 여름을 맞이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음식을 먹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지만 주변 또래들은 입맛에 맞는 든든한 음식을 먹는 것 자체로 여름을 이겨내고자 하더라. 그래서 자연스레 한식, 중식, 양식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복날 대표 보양식은 삼계탕·개장국
개식용금지법 통과에 개고기는 옛말
고물가에 삼계탕 반값 HMR도 인기
집에서 복날을 기념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고물가 속 치솟는 외식물가로 보양식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 14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영계와 수삼·찹쌀·마늘·밤 등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 7개 품목의 전체 재료비는 4인분 기준으로 3만2천260원이 필요하다. 1인분 기준으로 8천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반면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소재 음식점의 삼계탕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6천167원, 경북 지역은 1만5천231원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19년 6월에 각각 1만3천33원, 1만2천615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오른 가격이다.
이런 분위기로 가정 간편식(HMR)도 인기다. 이마트는 지난 12~15일 생닭 매출이 지난해 초복 동기 대비 7% 증가한 가운데 삼계탕 HMR은 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에서도 삼계탕 HMR 매출이 40% 증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간편식 매출이 꾸준히 상승했는데 올해는 생닭과 간편식 매출 증가율 격차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 채식파
비건을 실천하는 이들은 복날에도 채식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실천 정도에 따라 다른 메뉴를 꼽았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육류는 먹지 않지만 해산물·유제품은 섭취하는 채식주의자)인 조모(여·38)씨는 "복날에도 채식주의를 실천할 예정이다. 다만 그래도 보양식이니 너무 간단하지는 않은 장어 등의 메뉴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락토오보 베지터리언(육류·해산물은 먹지 않지만 유제품은 섭취하는 채식주의자) 김진명(28)씨는 지난 15일 초복을 칼국수로 기념했다고 밝혔다. 그는 "육류보다 영양가는 떨어지겠지만 중복, 말복에도 야채 위주의 음식을 먹으려 한다. 부족한 영양소는 콩이나 영양제 등으로 보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SNS에 '비건복날' '비건보양식'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니 팥죽, 버섯전골, 스프,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개장국, 미역국 등이 나왔다.
국내 채식 인구 2022년 기준 200만명 추산
팥죽·버섯전골·콩국수 등 여름별미로 보신
동물보호단체들 '채식 섭취' 권장 목소리
채식 캠페인을 벌이는 움직임도 있다. 해마다 복날이 있는 7~8월은 닭고기 등 육류 수요가 특히 증가한다. 올해도 이달 닭 도축 마릿수만 약 7천마리로 추정된다. 이에 불교환경연대는 복날을 맞아 육류 대신 채식으로 지구 생태계를 지키자는 취지로 말복인 다음 달 14일까지 '2024 복날 채식 캠페인'을 진행한다. '맛있게 즐겁게 지구를 위한 한걸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름철 채소 요리 레시피 영상과 채식의 장점을 담은 카드뉴스, 채식 권장 쇼트폼 영상 등의 콘텐츠를 SNS를 통해 제작·배포한다.
동물보호단체들도 복날을 맞아 채식 섭취를 권장하는 목소리를 낸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치킨과 삼계탕이라 불리는 닭은 실제로 30일 된 병아리"라며 "복날에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버섯이나 제철 나물, 콩국수와 화채와 같은 여름 별미로 보신할 수 있다"고 했다.
음식 섭취 대신에 휴식 통해 기력 보충
나홀로 카페 찾아 독서·공원 산책…
피서철 맞아 근교로 여행을 떠나기도
휴식파는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여유를 찾고자 한다. 소박하지만 특별한 하루를 보낸다. '집콕파'도 나오며 조용하고 감성적인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공원에서 산책을 한다. 유모씨는 "초복날 연차를 내고 혼자 카페에 방문해 독서를 즐겼는데, 몸과 정신이 평화로워지는 그 자체가 몸보신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휴식파는 여행을 가기도 한다. 직장인 방모(여·47)씨도 오는 25일 중복 겸 휴가철을 맞아 가깝지만 한적한 곳으로 떠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방모씨는 "군위, 청도, 경산 등 대구 근교로 떠나 자연을 즐길 계획"이라며 "복날이 아닌 평소 이미 잘 먹고 다니기에 마음에 여유를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난 12일 발행된 영남일보의 힐링여행 기사를 참고해도 좋다.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도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시기 대구에서도 각종 공연과 전시가 열린다. 먼저 극장 무대에 흥미진진한 연극들이 오른다. 불행한 가정의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끝내주는 해결사'가 다음 달 4일까지 대구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 진행되며, 다음 달 11일까지 대명동 우전소극장에서는 재난 상황에서 홀로 생존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최후의 남자'가 공연된다. 전시의 경우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제7회 키똑전(키다리 갤러리 신진 작가 소개전- 똑.똑.똑)' 등이 개최된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그래픽=장수현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조현희 기자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주말섹션과 연극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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