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일 대구 달서구의 원시인 조형물인 '이만옹' 머리 부분에 커다란 테이프가 붙여진 모습. 지난 15일 음주운전 차량의 돌진 사고로 조형물에 심한 파손이 발생한 바 있다. |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15일 새벽, 대구 달서구의 랜드마크 조형물인 '이만옹(二萬翁)'이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심하게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충격으로 이만옹의 머리에는 가로 2m, 세로 1.5m가량의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관할 기관에서는 긴급 안전 조치를 실시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2일, 대구 달서구 상화로 옆 이만옹이 있는 곳을 다시 찾아가 봤다.
올해 2월 달서구의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던 이만옹의 머리에는 테이프(가림막)가 붙여져 있었다. 마치 밴드나 붕대처럼 보였다.
사고 당일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각종 안전조치가 이뤄졌지만, 자세히 보면 사고 당시의 흔적이 아직 곳곳에 남아있었다. 파손된 머리 앞쪽에 구부러져 있는 펜스는 당시 차량 돌진 상황을 짐작케 했다.
사고 현장 옆으로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있고, 대각선 방향으로 바로 인근에 횡단보도가 위치해 있다. 그날 사고도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이 찾아간 이날도 보행자와 자전거를 탄 남녀노소 시민들이 쉴 새 없이 원시인 조형물 옆을 지나고 있었다. 머리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는 이만옹은 사람들에게 '화젯거리'였다. 많은 이들이 그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밴드를 붙이고 있는 조형물이 신기한 듯 바라봤고, 부모들은 "차가 '뻥'하고 부딪혀서 머리가 다친 거야. 너희도 항상 차 조심 해야 해"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 |
22일 대구 달서구의 원시인 조형물인 '이만옹' 옆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또 "자칫 대형 인명사고가 날 뻔 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이도 있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50대 시민은 "이곳은 바로 뒤에 아파트 단지와 식당가 등이 있어서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다. 만약 이른 새벽이 아니라 다른 시간대에 사고가 났다면 나를 비롯해 많은 보행자들이 끔찍한 일을 당했을 것"이라며 "당시 인도와 횡단보도 쪽에 사람이 많고, 사고 차량이 사람 많은 쪽을 향했다면, 서울 시청역 참사 때처럼 대형 인명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재발방지책 마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도 있었다.
이만옹 앞 횡단보도에서 만난 대학생은 "비록 음주운전을 했지만, 어쨌든 운전자도 이번 사고로 다쳤을 것 아닌가. 음주운전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라며 "음주운전이든 운전 미숙이든 여러 이유로 인도 돌진 사고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도로와 인도가 구분이 될 수 있도록 구조물을 세우는 등 안전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