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 꽃구경도 식후사, 나룻이 석자라도 먹어야 샌님이랬다. 제아무리 힙한 청도 구경도 배고프면 말짱 꽝이니 여행의 재미는 맛집 찾는 재미가 으뜸인 법! 사실 청도역에서 만나 출발하는 우리의 여행은 매번 이상한 형태의 '장보기'로 귀결되곤 했는데, 청도 출신 '역전의 용사' 4인방이 꼭 들르는 먹거리 필수 코스가 몇 군데 있었다. 고수리 출신 아버지는 아무리 배가 불러도 청도역전에 즐비한 추어탕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고, 1년 365일 밥상에 진심인 어머니는 읍내 나올 때마다 정미소에 들러 갓 도정한 쌀을 사야 했고, 온갖 디톡스 요법을 섭렵한 멋쟁이 외숙모는 미나리꽝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청도 관광택시 운전사인 외삼촌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야말로 청도 구석구석 힙한 장소들을 다 누비고 다니는 게 일이다 보니, 늘 '청도에도 이런 게 있어?' 싶은 기상천외한 최신 아이템을 메모해오곤 했는데 역시나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기대하시라, 오늘은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청도 현지인들의 필수 먹거리 리스트를 공개한다.
벼 수확 후 미꾸라지 지천이던 동네
추억까지 끓여낸 탕 한 그릇 든든해
친환경 유기농법 고집으로 일군 쌀
혁신 농사꾼 자부심 고스란히 담겨
시행착오 끝에 채소류 첫 발명특허
청량한 식감…몸에 좋은 최적 성분
◆서민들의 소울 푸드 '청도 추어탕'
"가을하면 추어(鰍魚), 청도하면 추어탕이지! 찬 바람 슬슬 불기 시작하면 청도 와서 이걸 꼭 먹어야 돼. 추어탕 한 그릇이면 온몸이 뜨뜻해지고, 감기 할 일이 없지."
아버지 말을 듣고서야 미꾸라지 추(鰍)자에 가을 추(秋)가 들어있는 걸 알았다.
"청도에는 뭐 바다가 가깝나, 생선이 귀했거든. 그런데 가을에 벼 수확이 끝나고 논에 물을 빼면, 흙 속에 미꾸라지가 지천이라. 온 동네 애들이 다 나와서 빨간 대야 하나씩 들고 미꾸라지 잡느라고 난리였지. 가을 미꾸라지는 겨울을 대비해서 영양분을 모으기 때문에 오동통하거든. 그 미꾸라지로 탕 끓여서 몸보신도 하고, 너거 할아버지 막걸리 한 주전자 받아 오시면 이만한 안주가 또 없었다. 밀가루 살짝 묻혀서 머리까지 통째로 바싹 튀겨 놓으면…."
그새 아련한 눈빛이 된 아버지는 말씀 하다 말고 침을 꼴깍 삼키신다. 덩달아 침이 꼴깍 넘어갔다. 나도 모르게 메뉴판을 쳐다봤다. 추어탕과 고디탕, 단 두 종류로 단출한 메뉴판을 자랑하는 이 집에 다행히 미꾸라지 튀김도 있다. 이모님, 튀김 하나 추가요! 외치고 나니, 이번엔 외삼촌이 아련한 눈빛으로 이제 그 이모님은 은퇴하셨다고 한다. 아,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추어탕에 추억이 많은 현지인과 함께 추어탕을 먹고 있자니 추억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우리 이모님이 이 가게를 평생 하셨거든요. 조카인 제가 이모님 비법을 물려받았고요. 지금도 이모님 손맛이 그리워 멀리서 오는 분들이 많으니까 저도 이모님처럼 연중무휴로 가게 문 열고 있습니다."
반찬을 더 갖다주러 온 젊은 사장님이 쑥스럽게 웃었다. '청도 원조 추어탕 고디탕' 집에는 '진짜' 이모님이 계셨던 것이었다! 기차가 나가는 첫새벽에 문을 열어 객지로 나가는 이들을 먹여 보내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허기까지 달래주고 나서야 가게 문을 닫던 이모님. 그런 이모님들이 청도역 앞에는 숱하게 있었다. 청도 공용 버스정류장에서 청도역 아래까지 약 50m가량 도로 양쪽으로 추어탕 식당이 지금도 무려 20여 곳이나 있고 대를 이어 하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이름하여 청도 추어탕 거리다.
"청도 추어탕은 맑은 국물이 특징이에요. 토종 미꾸라지에 물 맑은 청도천과 동창천에 사는 꺽지, 메기, 동사리 같은 잡어를 같이 넣어서 끓이는데 너무 오래 끓이면 추어탕 국물이 탁해지기 때문에 구수한 맛은 우러나되 깔끔한 국물 맛을 내도록 하는 시간 조절이 중요하죠. 그런 다음 으깨고 거르고… 아유, 이게 막상 해보니까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 청도를 찾는 20~30대 젊은 층들이 청도 추어탕 맛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어탕도 추어탕이지만 밥집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밥'이기 때문에 쌀도 청도에서 나는 친환경 쌀을 쓴다고 했다.
"어쩐지 밥이 맛있더라니! 청도 어디 쌀이에요?"
연신 밥맛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시던 어머니의 눈이 순간 반짝했다.
◆야심 찬 농부의 '왕 우렁이 쌀'
"신랑 입장! 하는데 웬 소가 한 마리 들어오는 거라. 가가 소 타고 장가간 아다."
청도 읍내에서 각북정미소까지 가는 길에 외삼촌에게서 들은 젊은 농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했다. 청도 농사꾼 아버지 밑에서 자라 그저 장학금을 노리고 농대에 진학했을 뿐인데 뜻밖에도 대학에서 농업에 대한 자부심을 배울 수 있었고, 쌀농사 고수이신 아버지의 온갖 조언에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 지금까지 친환경 유기농법만을 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이게 품질 경쟁력이 돼 청도 초중고교 모든 학교 급식소에 쌀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친환경 쌀만 연간 약 200t, 각북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청년 농부다.
"우리 애들 먹일 쌀인데 작은 것 하나까지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체크하고 싶더라고요."
과연 삼남매를 둔 아버지답다. 각북정미소에서 만난 농부 박기열씨는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사람 좋은 인상을 지녔는데 쌀에 대해서만큼은 깐깐하기 그지없는 모양. 생산은 물론 도정, 가공, 포장까지 직접 관리하기 위해 4년 전 기계화된 대형 정미소를 차렸다. 이곳에서 떡국떡 가공도 직접 한다.
"혁신농업타운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예전에는 개별적으로 농사를 지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농업법인을 만들어 공동영농을 하는 거죠. 요즘 농사는 시설이나 기계가 많이 필요하니까 아무래도 젊은 우리들이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어르신들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거든요."
지난해엔 직접 농사짓기 힘든 연로한 어르신들이 논만 빌려주고 공공비축미 '특등' 가격으로 임대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 농업법인 이름이 'GIVE U'다. 20대에 농사를 시작할 때 주위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젊은 농부들이 그분들께 되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그 이름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 마음으로 농사 짓는데, 우째 쌀이 안 좋겠노? 밥맛은 더 볼 것도 없다. 엄마 젊을 때는 못 먹고 살아서 통일벼로 새마을운동 했는데, 이제는 친환경으로 응? 완전 혁신적으로다가 새마을운동 하네. 바로 이런 게 제2의 새마을운동 아니겠나."
어머니는 고봉밥같이 푸짐한 미소를 지어 보이시더니 차 트렁크가 꽉 차도록 왕 우렁이 쌀을 사셨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렀다.
◆미나리 달인의 특허품 '세미칼 미나리'
"모 안 심고 1천 평이나 되는 논에 미나리를 심는다고 했을 때는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그런데 웬걸. 이듬해 다 팔고 나니 다들 어리둥절한 거야. 그렇게 이 주변으로 미나리꽝이 번져갔죠."
무려 230가구나 되는 한재미나리 단지에서 미나리 재배 경력만 40년을 자랑하는 청도 한재미나리 원조 농부 박기호씨는 농부라기보다는 발명가에 가까워 보였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미나리를 1년 내내 출하할 수 있는 농법을 만들어내고, 전국 백화점에 유통망을 구축하고, 분말·음료· 식초 등의 미나리 가공품을 개발해 오직 미나리로 신지식인에 선정된 어마어마한 이력을 자랑한다.
"칼슘이 많은 퇴비를 쓰면 미나리를 씹을 때 바사삭, 깨지듯이 청량한 식감이 납니다. 여기에 셀레늄과 미네랄 성분을 첨가해서 발명 특허를 냈는데 셀레늄, 미네랄, 칼슘의 첫 글자를 따서 세미칼 미나리라고 이름 지었죠. 식감도 좋고 몸에도 좋은 최적의 성분 비율을 찾는 게 바로 기술력이죠. 채소류 발명 특허 중에는 최초입니다."
우리 농산물도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게 고품질로 가야 하는데 미나리 1㎏에 10만원짜리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원대한 꿈이지만 불가능한 꿈은 아닌 것이 이미 서울 홍대에서는 이 세미칼미나리를 쓰는 삼겹살 가게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없어서 못 판다.
"이러니 반하나 안 반하나?" 외삼촌의 아재개그가 발동했다. 눈치 빠른 이라면 짐작했겠지만, 다음의 청도 별미 코스는 '바나나' 농원이다.
◆열대과일 천국 '꿈그린 농원'
"청도에서 바나나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니 다들 신기하게 생각하죠. 새로운 경험이니까요."
어디 바나나뿐인가. 이 농장에 와서야 내가 먹던 파인애플이 나무에서 주렁주렁 열리는 게 아니라 땅에서 하늘로 자라나는 과일인 줄 처음 알았다.
사과, 배, 감을 재배하던 농원에 4년 전부터 열대과일을 추가하기 시작했다는 조병진씨는 마치 밀림 같은 거대한 하우스에 무려 40종 가까이 되는 다양한 열대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다양한 체험학습장에 미니 동물원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그는 현대사회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이곳이 '치유농원'으로 자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알면 알수록 청도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놀라게 된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원조 별미에 시대변화에 맞춘 이색 별미까지 맛있는 먹거리와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청도. 이러니 청도에 반할 수밖에!
글=이은임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청도군
벼 수확 후 미꾸라지 지천이던 동네
추억까지 끓여낸 탕 한 그릇 든든해
친환경 유기농법 고집으로 일군 쌀
혁신 농사꾼 자부심 고스란히 담겨
시행착오 끝에 채소류 첫 발명특허
청량한 식감…몸에 좋은 최적 성분
◆서민들의 소울 푸드 '청도 추어탕'
경북 청도역 바로 앞, 추어탕 거리에 자리한 '원조 청도 추어탕 고디탕'. 이모님께 물려받은 가게를 조카가 올케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1년 365일 아침 6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여는데, 주문과 거의 동시에 총알같이 차려지는 정갈한 한상차림은 전통 패스트푸드가 따로 없다. |
아버지 말을 듣고서야 미꾸라지 추(鰍)자에 가을 추(秋)가 들어있는 걸 알았다.
"청도에는 뭐 바다가 가깝나, 생선이 귀했거든. 그런데 가을에 벼 수확이 끝나고 논에 물을 빼면, 흙 속에 미꾸라지가 지천이라. 온 동네 애들이 다 나와서 빨간 대야 하나씩 들고 미꾸라지 잡느라고 난리였지. 가을 미꾸라지는 겨울을 대비해서 영양분을 모으기 때문에 오동통하거든. 그 미꾸라지로 탕 끓여서 몸보신도 하고, 너거 할아버지 막걸리 한 주전자 받아 오시면 이만한 안주가 또 없었다. 밀가루 살짝 묻혀서 머리까지 통째로 바싹 튀겨 놓으면…."
그새 아련한 눈빛이 된 아버지는 말씀 하다 말고 침을 꼴깍 삼키신다. 덩달아 침이 꼴깍 넘어갔다. 나도 모르게 메뉴판을 쳐다봤다. 추어탕과 고디탕, 단 두 종류로 단출한 메뉴판을 자랑하는 이 집에 다행히 미꾸라지 튀김도 있다. 이모님, 튀김 하나 추가요! 외치고 나니, 이번엔 외삼촌이 아련한 눈빛으로 이제 그 이모님은 은퇴하셨다고 한다. 아,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추어탕에 추억이 많은 현지인과 함께 추어탕을 먹고 있자니 추억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우리 이모님이 이 가게를 평생 하셨거든요. 조카인 제가 이모님 비법을 물려받았고요. 지금도 이모님 손맛이 그리워 멀리서 오는 분들이 많으니까 저도 이모님처럼 연중무휴로 가게 문 열고 있습니다."
반찬을 더 갖다주러 온 젊은 사장님이 쑥스럽게 웃었다. '청도 원조 추어탕 고디탕' 집에는 '진짜' 이모님이 계셨던 것이었다! 기차가 나가는 첫새벽에 문을 열어 객지로 나가는 이들을 먹여 보내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허기까지 달래주고 나서야 가게 문을 닫던 이모님. 그런 이모님들이 청도역 앞에는 숱하게 있었다. 청도 공용 버스정류장에서 청도역 아래까지 약 50m가량 도로 양쪽으로 추어탕 식당이 지금도 무려 20여 곳이나 있고 대를 이어 하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이름하여 청도 추어탕 거리다.
"청도 추어탕은 맑은 국물이 특징이에요. 토종 미꾸라지에 물 맑은 청도천과 동창천에 사는 꺽지, 메기, 동사리 같은 잡어를 같이 넣어서 끓이는데 너무 오래 끓이면 추어탕 국물이 탁해지기 때문에 구수한 맛은 우러나되 깔끔한 국물 맛을 내도록 하는 시간 조절이 중요하죠. 그런 다음 으깨고 거르고… 아유, 이게 막상 해보니까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아니더라고요."
무엇보다 청도를 찾는 20~30대 젊은 층들이 청도 추어탕 맛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어탕도 추어탕이지만 밥집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밥'이기 때문에 쌀도 청도에서 나는 친환경 쌀을 쓴다고 했다.
"어쩐지 밥이 맛있더라니! 청도 어디 쌀이에요?"
연신 밥맛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시던 어머니의 눈이 순간 반짝했다.
◆야심 찬 농부의 '왕 우렁이 쌀'
비옥한 청도의 토지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해 미질이 우수하고 밥맛이 좋은 '왕 우렁이쌀'. 각북정미소에서는 왕 우렁이쌀을 직접 도정-가공-포장까지 한다. 대부분 지역 초중고 급식소로 공급되고 일부 식당으로 나가는데,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많아 정미소 한 쪽에 무인판매대를 설치했다. |
청도 읍내에서 각북정미소까지 가는 길에 외삼촌에게서 들은 젊은 농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했다. 청도 농사꾼 아버지 밑에서 자라 그저 장학금을 노리고 농대에 진학했을 뿐인데 뜻밖에도 대학에서 농업에 대한 자부심을 배울 수 있었고, 쌀농사 고수이신 아버지의 온갖 조언에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 지금까지 친환경 유기농법만을 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이게 품질 경쟁력이 돼 청도 초중고교 모든 학교 급식소에 쌀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친환경 쌀만 연간 약 200t, 각북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청년 농부다.
"우리 애들 먹일 쌀인데 작은 것 하나까지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체크하고 싶더라고요."
과연 삼남매를 둔 아버지답다. 각북정미소에서 만난 농부 박기열씨는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사람 좋은 인상을 지녔는데 쌀에 대해서만큼은 깐깐하기 그지없는 모양. 생산은 물론 도정, 가공, 포장까지 직접 관리하기 위해 4년 전 기계화된 대형 정미소를 차렸다. 이곳에서 떡국떡 가공도 직접 한다.
"혁신농업타운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예전에는 개별적으로 농사를 지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농업법인을 만들어 공동영농을 하는 거죠. 요즘 농사는 시설이나 기계가 많이 필요하니까 아무래도 젊은 우리들이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어르신들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거든요."
지난해엔 직접 농사짓기 힘든 연로한 어르신들이 논만 빌려주고 공공비축미 '특등' 가격으로 임대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 농업법인 이름이 'GIVE U'다. 20대에 농사를 시작할 때 주위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젊은 농부들이 그분들께 되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그 이름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 마음으로 농사 짓는데, 우째 쌀이 안 좋겠노? 밥맛은 더 볼 것도 없다. 엄마 젊을 때는 못 먹고 살아서 통일벼로 새마을운동 했는데, 이제는 친환경으로 응? 완전 혁신적으로다가 새마을운동 하네. 바로 이런 게 제2의 새마을운동 아니겠나."
어머니는 고봉밥같이 푸짐한 미소를 지어 보이시더니 차 트렁크가 꽉 차도록 왕 우렁이 쌀을 사셨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렀다.
◆미나리 달인의 특허품 '세미칼 미나리'
피를 맑게 해주는 미나리 성분에 셀레늄이 함유된 고칼슘 재배법을 도입해 특허를 받은 청도 한재 '세미칼 미나리'. 40년 경력의 박기호씨는 미나리 하나로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요즘은 기술력이 좋아져 미나리의 연중 출하가 가능하지만, 찬바람 부는 10월 하순부터 미나리 향이 더 깊어진다. 미나리가 최고로 맛있는 계절이 시작되는 것이다. |
무려 230가구나 되는 한재미나리 단지에서 미나리 재배 경력만 40년을 자랑하는 청도 한재미나리 원조 농부 박기호씨는 농부라기보다는 발명가에 가까워 보였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미나리를 1년 내내 출하할 수 있는 농법을 만들어내고, 전국 백화점에 유통망을 구축하고, 분말·음료· 식초 등의 미나리 가공품을 개발해 오직 미나리로 신지식인에 선정된 어마어마한 이력을 자랑한다.
"칼슘이 많은 퇴비를 쓰면 미나리를 씹을 때 바사삭, 깨지듯이 청량한 식감이 납니다. 여기에 셀레늄과 미네랄 성분을 첨가해서 발명 특허를 냈는데 셀레늄, 미네랄, 칼슘의 첫 글자를 따서 세미칼 미나리라고 이름 지었죠. 식감도 좋고 몸에도 좋은 최적의 성분 비율을 찾는 게 바로 기술력이죠. 채소류 발명 특허 중에는 최초입니다."
우리 농산물도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게 고품질로 가야 하는데 미나리 1㎏에 10만원짜리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원대한 꿈이지만 불가능한 꿈은 아닌 것이 이미 서울 홍대에서는 이 세미칼미나리를 쓰는 삼겹살 가게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없어서 못 판다.
"이러니 반하나 안 반하나?" 외삼촌의 아재개그가 발동했다. 눈치 빠른 이라면 짐작했겠지만, 다음의 청도 별미 코스는 '바나나' 농원이다.
◆열대과일 천국 '꿈그린 농원'
열대 밀림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청도 꿈그린 농원. 다섯 종류의 바나나를 비롯해 파인애플, 파파야 등 30여 종의 열대과일이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
어디 바나나뿐인가. 이 농장에 와서야 내가 먹던 파인애플이 나무에서 주렁주렁 열리는 게 아니라 땅에서 하늘로 자라나는 과일인 줄 처음 알았다.
사과, 배, 감을 재배하던 농원에 4년 전부터 열대과일을 추가하기 시작했다는 조병진씨는 마치 밀림 같은 거대한 하우스에 무려 40종 가까이 되는 다양한 열대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다양한 체험학습장에 미니 동물원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그는 현대사회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이곳이 '치유농원'으로 자리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알면 알수록 청도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놀라게 된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원조 별미에 시대변화에 맞춘 이색 별미까지 맛있는 먹거리와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청도. 이러니 청도에 반할 수밖에!
글=이은임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청도군
박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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