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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왼쪽 넷째)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해 김종혁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 넷째는 한동훈 대표. 연합뉴스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이 성과 없이 마무리된 후 본격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한 대표가 친한(親한동훈)계 의원들을 소집해 '세 과시'에 나선 것에 이어 공개적으로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친윤(親윤석열) 원내지도부와도 결이 다른 주장을 편 것이다. 사실상 '당정 갈등' 우려에도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양측의 대립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한 대표는 23일 확대당직자 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11월15일 이후 이재명 대표의 1심 결과가 나온다고 언급한 뒤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되겠느냐. 김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들이 국민들이 모여서 하는 불만의 1순위가 되면 안 된다"며 "민주당을 떠난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윤 대통령 가족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기 위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도 밝혔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공무원으로 박근혜 정부 이후 임명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에 있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별개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는 '원내 사안'이라며 소속 의원들의 의견 수렴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는 한 대표가 지난 21일 면담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직접 특별감찰관의 임명을 건의했지만, 윤 대통령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를 거론하며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특별감찰관은 여야가 합의해 오면 임명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인권재단 추천문제는 '당내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확대당직자 회의 역시 한 대표가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다. 개최 시점이 본격적인 '세력화'에 나서며 정국 현안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단 분석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전날 저녁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의 한 식당에서 22명의 친한계 인사와 '번개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대통령과 대통령실,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에 대한 날 선 이야기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모이는 것 자체가 대통령실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