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여권, 파워게임 할 때 아냐…한 대표 쇄신책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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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05  |  수정 2024-11-05 07:00  |  발행일 2024-11-05 제23면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대통령 통화 녹음이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공개된 이후 침묵을 지키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을 밝혔다. 앞서 요구한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참모 전면적 개편에다 과감한 쇄신 개각과 '대통령 사과'를 추가했다. 한 대표는 물론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한 일이며, 집권 여당 대표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제했다. 이어 "쇄신만이 이재명 방탄이란 야당의 뻔한 속셈을 막는 길이다"고도 했다.

'대통령 사과와 죄송함'은 당사자인 대통령 부부가 해야 할 일인데, 여당의 대표가 먼저 꺼내 이른바 '윤·한 갈등'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작금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집권 세력 내 권력 투쟁이나 대통령 권위에 대한 도전 등의 인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앞서 1일 국회 답변에서 "(대통령과 명태균의 통화 내용은) 누구를 공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개진으로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안이한 인식이다. 설령 대통령이 덕담 차원으로 마지 못해 통화한 내용이라 해도, 이런 대화가 국민 앞에 공개된 이상 그냥 덮고 넘어가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대통령이 나서야 할 것이다. 문제의 중심에 대통령 부부가 있고, 민감한 통화 내용 등 사안의 성격상 대통령 부부만의 기억과 판단이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영상 폭로 후, 국민적 이해를 구하는 시도를 하염없이 미뤄왔다. 이번에는 그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사과는 한 대표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한편 국민과 민심이 요구하고 있다. 사과와 쇄신이 있다면 어쩌면 윤 정권의 국정동력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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