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주식투자 열풍...'코리아 디스카운트' 다시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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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13  |  수정 2024-11-13 07:00  |  발행일 2024-11-13 제27면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액이 최근 1천억달러를 돌파했다. 한화로 무려 140조원으로 사상 최대이다. 5년 전 2019년 말, 84억달러와 비교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종목은 테슬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하이테크 기업이 주류를 이룬다. 지난 5일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주목도를 더욱 높였다.

서학개미의 '투자 이민'은 주식시장의 세계화 속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해외주식에 투자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과도 있다. 국민연금도 이미 해외 주식 보유액이 국내주식을 넘고 있다. 반면 서학개미 열풍은 한국 주식시장의 취약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씁쓸한 구석이 있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북한과 대치하는 지정학적 위험이 저평가의 요인이었지만, 지금은 국내경제 질서 및 주식시장의 구조적 원인이 자리한다.

한국 주식시장은 여전히 대주주 편중 이익을 추구하는 장(場)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신규상장 주식이 공모가 이하로 거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장의 호응을 받던 회사도 어느 날 갑자기 '쪼개기 상장'을 해 주식 가치를 희석시킨다. 상장되는 회사는 있어도 부실로 상장 폐지되는 엄격함은 없다. 윤석열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유도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구조적 원인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매매 차익에 세금이 붙는 해외 주식시장에 구태여 몰입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한국 주식시장도 이제 소액 주주를 존중하는 정책을 펴야 할 때다. 밸류업도 말로만 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다. 배당금 확대, 자사주 소각을 향한 정부의 강한 정책적 압박이 동반돼야 한다. 주식으로 장난치는 기업들을 강하게 규제하고, 기업 공시와 기업 분석에서 거짓이나 속임수를 가려내고 방지하는 법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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