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 이에 따른 수출 경기 둔화와 내수침체 등이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급여생활자들의 돈줄이 마르고 있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은행권뿐 아니라 서민금융권까지도 대출을 옥죄면서 대출 부실이라는 풍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카드사나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가 늘어나면서 사실상 '대출 옥죄기'로 인한 서민들의 돈줄 가뭄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구경북 9월 금융기관 수신
한달새 4兆 빠져나가 돈 가뭄
2금융권마저 대출옥죄기 지속
"금융당국 가계대출 규제정책
가계 신용대출 규모 줄였지만
돈줄 막아 연체율 증가 악순환"
◆저축은 못하고 대출은 늘고
3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지역 금융기관의 수신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8월 2조3천억원에 달하던 자금이 지역 금융기관으로 들어왔지만, 9월에는 1조5천억원이나 감소하면서 한 달 새 4조 원에 가까운 자금이 지역 금융권을 빠져 나갔다.
특히 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非)은행기관 수신의 감소 폭이 눈에 띈다. 비은행기관의 경우 상대적 고금리 이자로 인해 인출 탄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9월에만 예금은행(7천709억원)과 비슷한 7천755억원의 예금 잔고가 감소했다. 서민들이 자산증식용 종잣돈마저 빼 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 대출 증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대구의 가계 대출(예금은행)은 42조8천74억원, 경북은 16조4천872억으로 조사됐다. 이는 잔액 기준 최근 1년간 월별 대출 규모로는 가장 큰 수치다.
◆대출 잠그기 나선 2금융권
하지만 이 같은 가계 대출 증가세는 부동산 등 특정 부분에 집중되면서, 실질적인 자금 공급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9월 은행기관 대구경북 가계대출 증가액은 2천987억원이었지만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3천97억원이었다. 일반 신용대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비은행기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에 지속적으로 가계대출을 줄이면서 9월에만 259억원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527억원이 증가하면서 800억원에 가까운 가계대출을 줄인 것이다.
시중은행보다 비은행기관의 대출 억제에 대해 서민이 느끼는 충격은 더 크다. 올 9월 기준 대구경북 비은행기관 대출은 83조9천564억원이었다. 이 중 단위농협 등 상호금융이 45조3천274억원, 새마을금고 23조5천84억원, 신용협동조합 12조539억원 순이었다.
서민들의 돈줄 가뭄은 대출 연체율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대구 지역 원화대출금연체율은 지난해 9월 0.43%보다 0.15%포인트(p) 증가한 0.58%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도 5월 0.61%, 7월 0.63%, 8월 0.71% 등으로 6월을 제외하면 연체율 증가세가 뚜렷하다.
고이자의 부담에도 급전 마련을 위해 서민들이 많이 찾는 저축은행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3분기 저축은행 79곳 중 36곳의 대출 연체율이 10%를 넘어섰다.
지역 저축은행 중에는 유니온(16.30%), 라온(15.8%), 드림(15.22%), 대백(14.25%), 엠에스(13.93%), 참(10.69%)의 대출 연체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대아(22.65%)는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이 20%를 넘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이 가계 신용대출 규모는 줄였지만, 당장 서민들의 '돈줄'을 막는 효과가 발생해 연체율이 증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금융권·가계 '허리끈 졸라매기'
문제는 향후 금융권과 가계의 대출 줄다리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향후 경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두워지면서 금융권은 대출 축소를, 가계는 자금 수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11월 대구경북지역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월 중 105.4로 전월(106.4)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대구경북지역 소비자들의 현재생활형편CSI(94)는 전월대비 1포인트상승했지만, 생활형편전망CSI(96)는 전월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CSI(75)와 향후경기전망CSI(82)는 전월대비 각각 1포인트, 5포인트 하락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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