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장에는 생존해 있는 전·현직 대통령 5명이 함께 했다. 빌 클린턴·조지 W 부시·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전직 대통령이자 차기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여 100세로 세상을 떠난 카터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카터는 단임으로 끝난 대통령이다. 주(駐)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구출 작전 실패 등의 여파로 재선에 실패했다. 하지만 퇴임 후의 활동이 더 눈부셨다. 해비타트 사랑의 집 짓기 운동, 북한 관계 및 보스니아 사태 등에서 평화의 사절로 활동했다. 이러한 공로로 2002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퇴임 후가 더 빛난 전직 대통령이 있고, 그의 마지막 길을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추모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부러운 장면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하야 후 망명, 피살, 극단적 선택, 수감되는 '불행한 전직 대통령'을 숱하게 봐 왔다. 지금도 탄핵 심판 및 수사 결과에 따라 또 다른 한 명의 불행한 전직 대통령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왜 우리는 퇴임 후가 더 빛나는 전직 대통령이 없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만든 정치 구도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재임 중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다가, 퇴임 후에는 새로운 권력으로부터 재임 중의 일 때문에 정치 보복성 수사를 받는 일이 반복돼 왔다. 야당은 현 대통령이 망해야 다음 정권을 잡을 수 있으니, 극한 대립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쉽지 않지만 헌법 개정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해 보인다. 김진욱 논설위원
퇴임 후가 더 빛난 전직 대통령이 있고, 그의 마지막 길을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추모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부러운 장면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하야 후 망명, 피살, 극단적 선택, 수감되는 '불행한 전직 대통령'을 숱하게 봐 왔다. 지금도 탄핵 심판 및 수사 결과에 따라 또 다른 한 명의 불행한 전직 대통령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왜 우리는 퇴임 후가 더 빛나는 전직 대통령이 없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만든 정치 구도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재임 중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다가, 퇴임 후에는 새로운 권력으로부터 재임 중의 일 때문에 정치 보복성 수사를 받는 일이 반복돼 왔다. 야당은 현 대통령이 망해야 다음 정권을 잡을 수 있으니, 극한 대립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쉽지 않지만 헌법 개정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해 보인다.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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