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체포 또 국격 추락 참담, 법과 민주 질서 회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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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16  |  수정 2025-01-16 06:56  |  발행일 2025-01-16 제23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12·3 계엄 선포 후 43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2차례 영장 집행 시도 만에 이에 응해, 우려했던 국가기관 간의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사태를 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윤 대통령은 향후 법리 공방을 염두에 두고, 체포영장은 물론 공수처 수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미리 녹화한 영상 메시지에서 "일단 불법 수사이지만 출석에 응한다.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내란 혐의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막판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대(對)국민 담화는 이번이 여섯 번째였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윤 대통령이 불법 체포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200쪽 이상의 방대한 질문지를 준비한 공수처가 내란혐의 등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애초에 검찰이나 공수처의 소환에 응했다면 체포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은 수사에 당당히 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둘러싼 법적 시비가 적지 않은 만큼 절차적 하자를 결코 남겨선 안 된다. 당연히 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갖춰야 한다.

여당도 윤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한다. 공수처의 수사 권한 논란, 형사소송법 적용 문제 등의 이유를 내세운다. 당분간 강경 보수층을 의식, 우클릭과 함께 강한 정치적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며, 권력자도 예외가 아니다. 여·야 모두 법의 지배가 확립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윤 대통령의 체포로 그동안 미뤄왔던 국정 혼란수습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경제, 민생 안정에 집중하라는 게 국민의 여망이다. 우선, 그간 헛바퀴 돌던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출범시키는 게 급선무다. 여당은 이번 주중 2차 실무협의를 열겠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정협의체는 지난 9일 첫 실무협의를 개최한 이후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여당이 대통령 체포 문제와 별개로 국정협의체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영장 집행을 빌미로 국정협의체 가동에 어깃장을 놓던 민주당도 반대 명분이 해소된 만큼 이에 동참하는 게 '수권정당'의 자세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지지율 하락 구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구사하며 분위기 반등을 노릴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한편으로는 권력 구조에 대한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개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최근 여·야 원로들도 승자독식 구조를 깨고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며 공론화에 불을 지펴, 개헌이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 국정 안정은 되찾을 수 있지만, 이날 전 세계에 생중계된 대통령의 체포 현장, 그리고 추락한 국격(國格)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런 불행한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게 우리 모두의 책무일 것이다. 그래야만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고 어렵사리 쌓아온 국격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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