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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가운데)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작업현장에서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이호진 프로덕션 디자이너 제공> |
'프로덕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다. 영화나 연극은 물론 TV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예술에서 시각적 세계를 창조하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일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영화와 예술의 중심지인 뉴욕 등지에서는 상당한 주목을 받으며 존재가치가 커지고 있는 분야다. 대구 출신 이호진(31)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한국인이 거의 가보지 않은 이 길을 걸으며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이씨는 'Horologist of the Macabre'라는 작품으로 뉴욕 국제영화상(NYIFA)을 비롯, 지난해에만 무려 6개의 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선정을 받으며 독립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비주얼과 세트 디자인에서 발휘된 독창성이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다.관객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스토리의 분위기와 주제에 맞는 세트, 소품,의상, 조명 등 모든 시각적 요소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공감각적 능력과 융복합적 사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호진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대구여고를 다니다가 경기 분당으로 전학을 갔다. 이후 한국에서 학사 2개(경영학과·연극영화과)를 딴 뒤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영화예술 및 제작 관련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가 프로덕션 디자이너라는 낯선 길을 택한 것은 코로나19가 계기로 작용했다. 사실상 공연현장이 사라지다시피했던 시기에 연극와 영화의 경계를 허물고 두 분야의 장점을 융합할 수 있는 방법을 깊게 고민하다가 들어선 길이다.
이호진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단순히 배경을 만드는 직업이 아니라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예술가"라고 정의한다. 최근들어 여러 감독이나 제작자들로부터 차기작 제안을 받고 있다는 이씨는 "한국인이자 글로벌 크리에이터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면서 "제가 하고 걷고 있는 이 여정이 한국의 젊은 영화 제작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영감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장준영 디지털 논설위원 changcy@yeongnam.com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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