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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페이스북 글. 임종석 페이스북 캡처. |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명계 핵심 인사들이 당 지도부와 친명계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에 뒤집힌 결과가 나오면서 당 지도부의 정국 대응 방식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른 비명계 결집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재명 대표 독주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페이스북에 "이제는 민주당, 우리 스스로 돌아볼 때"라며 "원칙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위치를 먼저 탐하고, 태도와 언어에 부주의한 사람들이 지지자들의 박수를 받고 행세를 하는 게 참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모질고 독한 표현을 골라 함부로 하는 말은 무엇을 위함이고, 누구에게 잘 보이려는 것인가. 왜 안그랬던 사람들까지 그렇게 변해가나"라며 "대화와 타협을 가볍게 여기고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바라보면서 당내 민주주의가 숨을 죽인 지금의 민주당은 과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대의 실수에 얹혀서 하는 일은 지속하기 어렵다"며 "성찰이 없는 일은 어떻게든 값을 치르게 된다. 민주당은 지금 괜찮나"라고 되물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사진과 함께 "저들의 모습에서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찾는다"고 적었다. 김 전 지사는 "극단적 증오와 타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주의, 독선과 오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로 가야한다"며 "저들과 달라야 이길 수 있다. 우리가 바뀌어야 정치가 바뀐다.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렸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도부를 향한 잇따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그동안 숨죽이던 비명계가 규합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5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전직 원내부대표단과 만찬을 가졌다. 우 의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대 국회에서 당의 첫 원내대표를 지냈고, 당시 원내협치담당 부대표로 호흡을 맞춘 김 전 지사도 이날 자리에 참석했다. 박홍근·조승래·위성곤·유동수·강훈식 의원과 조응천·제윤경 전 의원 등도 함께했다. 조응천 전 의원은 "소보로빵 한가지만 팔란 법 있나. 팥빵도 같이 팔자"면서 건배사로 "튀김소보로"를 선창하기도 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야권에서도 후보를 여럿 내 경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들렸다. 이재명 대표만 후보란 법이 있냐는 뜻이었다" "과거엔 당내 친명계 뿐만 아니라 이낙연계, 정세균계, 무계파 등이 한 데 자리해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했는데, 최근 당의 모습에선 그런 역동이 없다는 일침으로 들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친명계와 당 지도부는 직접적인 반응을 내진 않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내부 갈등 양상이 도움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 전 지사의 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실제로 저희는 (여당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며 "야당으로서, 공당으로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임 전 실장과 김 전 지사의 목소리는 결국 '통합'이라는 우리의 숙제를 말한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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