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서] 봉산문화회관, '2025 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展 유산-항해' 개최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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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4  |  수정 2025-02-04 16:59  |  발행일 2025-02-05 제18면
항해 형상화한 설치작품 통해 인간 존재 근원적 질문 던져
윤영화 작가 "우리가 남겨야 할 유산에 대해 논하고자 했다"
전시장 중앙부 불에 탄 듯한 배 구조물과 소금 눈길
[갤러리에서] 봉산문화회관, 2025 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展 유산-항해  개최
윤영화 작가가 대구 봉산문화회관 내 전시공간인 유리상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우리 항해의 종착점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지난 24일부터 오는 3월30일까지 '2025 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展(전) 유산-항해'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윤영화 작가는 삶의 여정을 담은 '항해'를 형상화한 설치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윤 작가는 "그동안의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개인의 입장에서는 죽음을, 세계의 관점에서는 공동체의 소멸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것들과 연관해 우리가 남겨야 할 유산에 대해 논하고 싶었다"면서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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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展(전) 유산-항해' 전시장 전경.<봉산문화회관 제공>

사면이 유리로 둘러싸인 '쇼케이스' 형태의 전시공간인 '유리상자' 앞에 서면 수평선을 향해 나아가는 선박의 모습을 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윤 작가는 무려 12일에 걸쳐 작업에 나섰고, 그 중 4일 간은 꼬박 밤을 샐 정도로 작품에 몰두했다. 설치 기간 내내 회화작업을 하듯 섬세한 손길로 작품의 각 요소들을 가감하고 조율한 끝에 현재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전시장 가운데에 불에 탄 나무 배 구조물이 자리해 있는데 뼈대만 남은 배의 형상은 우리의 육체를 상징한다. 전시장 한 켠 벽면에는 파도치는 바닷가와 바람에 흔들리는 숲의 모습 등 윤 작가가 직접 녹화한 영상을 상영 중이다. 바닥에 흩뿌려진 하얀 소금은 치유를 의미하며 바다의 파도처럼 입체적이면서도 정제된 느낌을 선사한다. 목발에 붕대를 감아 만든 '노(櫓)'와 인류가 쌓은 지식의 유산을 상징하는 책들은 소금과 더불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여기에다 '성소(聖所)'를 의미하는 단어 'SANCTUM'이 하얀 소금에 덮인 채로 붉은 네온 불빛을 뿜어낸다. 윤 작가는 "우리가 남겨야 할 유산에 대해 고민했다. 이제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점은 그 어떤 의무가 아니라 순수한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에서] 봉산문화회관, 2025 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展 유산-항해  개최
'2025 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展(전) 유산-항해' 전시장 전경. <봉산문화회관 제공>
[갤러리에서] 봉산문화회관, 2025 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展 유산-항해  개최
윤영화 작가가 '2025 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展(전) 유산-항해' 전시장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제공>
[갤러리에서] 봉산문화회관, 2025 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展 유산-항해  개최
윤영화 작가가 '2025 유리상자-아트스타Ⅰ 윤영화展(전) 유산-항해' 전시장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제공>

전시명 '유산-항해' 역시 운명에 대한 윤 작가의 사유를 품고 있다. 윤 작가는 "우리 인생 여정의 막다른 골목이 어디인지 모른다. '확신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과연 영원한 것은 존재할까?'라는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답, 그리고 그것을 모색하는 과정을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안혜정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20여 년간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살아온 작가는 배와 소금처럼 자신의 삶에서 파생된 소재들을 예술적 매체로 변환시키며 삶을 은유하는 방법으로 지향점들을 표현하고 있다. 윤 작가의 작업은 그 자신을 내던져 실존적 의미를 찾는 여정이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역경을 넘어 희망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대구 출신인 윤영화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 10년 간 유학했다. 2000년대 초반 국내로 복귀한 이후 부산 고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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