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사라져 가는 사과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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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3  |  수정 2025-02-03 08:23  |  발행일 2025-02-03 제23면

사과(沙果·학명Malus pumila Mill)는 모래(沙)밭처럼 물이 잘 빠지는 땅에서 자라는 과일(果)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원산지에 대해서는 발칸반도 혹은 카자흐스탄이라는 설이 있으며 서아시아 어디쯤으로 보기도 한다.

사과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884년이다. 당시 조선에 온 외국 선교사가 사과나무를 관상용으로 심었으며, 1901년에는 윤병수가 미국 선교사를 통해 국광·홍옥 등의 묘목을 들여와 원산에 과수원을 조성했다.

과거 대구는 능금의 고장이었다. 외지의 노년층은 아직도 '대구'하면 능금을 떠올린다. 물론 이 능금은 재래종 능금이 아니라 과일 중의 과일로 꼽히는 사과다. 능금이라는 이름은 한자 임금(林檎)에서 비롯됐으며, 학명(Malus asiatica Nakai)에서 아시아티카는 원산지가 아시아임을 나타낸다. 대구는 금호강과 신천이 팔공산과 비슬산 사이를 흐르면서 자갈과 흙·모래를 쌓아 놓은 땅이다. 기온이 지금처럼 오르기 전까지는 사과 재배지로 더없이 좋은 땅이었다. 한반도의 온도가 상승한 지금에 와서는 먼 과거의 이야기다. 이제는 경북 북부지역과 충북·강원 지역이 사과 재배의 적지가 됐다. 그런데 이마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진청은 최근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20년 후 강원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사과가 사라지고, 60년 뒤엔 우리나라에서 자연 상태로는 사과를 재배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배와 포도·감 등의 과일과 배추를 비롯한 채소도 마찬가지란다. 가까워지는 기후위기가 두렵기만하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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