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우리의 생명줄이다. 특히 산불로 인해 전 국민이 불안과 고통에 잠겨 있는 지금 더욱 간절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들이 대지를 적시고, 강과 호수를 채우며, 우리에게 마실 물을 제공한다. 대지의 생명은 물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곧 우리의 식량과 직결된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강수량의 극단적인 변동이 빈번해지고 있다. 가뭄이 길어지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현상이 일상화되면서 인류는 자연을 제어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바로 여기에서 인공강우 기술이 등장한다.
기후 변화는 우리 생활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며, 대기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는 하루 만에 평소 2년 치의 비가 내리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폭우가 아니라, 기후 변화의 가속화가 빚어낸 경고였다. 일부에서는 이 폭우가 인공강우 실험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자체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인 날씨 변화 속에서, 인간이 기후를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과연 우리는 날씨를 통제할 수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그 기술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인공강우는 구름에 응결핵을 추가하여 강수를 유도하는 기술이다. 드라이아이스, 아이오딘화 은, 염분 입자 등이 사용되며, 이를 공중에 뿌려 수분이 모이도록 유도한다. 1946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 연구소의 쉐퍼가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최초의 인공강우 실험을 성공시킨 이후,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이 기술을 연구해왔다.
현재는 미국, 중국, 이스라엘, 태국 등 50여 개국에서 150여 개의 인공강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역시 1963년부터 인공강우 연구를 시작했으며, 서울의 1.5배 면적에 평균 1.3mm의 비를 내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인공강우는 수자원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겨울철 인공강우를 통해 여름철 식수를 확보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호주는 구름을 형성하여 해수면 온도를 낮추는 연구를 추진 중이다. 한국 역시 산불 예방을 위해 습도를 높이는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미래에는 인공강우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미세먼지를 줄이거나, 우박과 안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2028년을 목표로 인공강우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연구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고 연구 예산을 증액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인공강우 기술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2024년 9월 중국 충칭에서는 폭염을 완화하기 위해 인공강우 작업을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예상치 못한 강풍과 폭풍우가 발생하여 도시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에 대해 중국 기상청은 “인공강우와 이상 기후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은 “인공적으로 재난을 만들어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인공강우는 지역 간 강수량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한 지역에서 인공강우를 통해 비를 내리게 하면, 인근 지역에서는 그만큼 비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는 국제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물 부족 국가들 사이에서 긴장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를 조작하는 기술이 장기적으로 자연의 균형을 깨뜨릴 위험성도 존재한다. 인간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날씨를 바꿀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우리가 자연을 통제할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까?
인공강우는 기후 변화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기후 변화는 산업화로 인한 탄소 배출 증가가 핵심 원인이며, 이를 줄이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무분별한 개발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기후 변화 대응의 근본적인 해법이다.
기후를 통제하는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공강우 기술이 가뭄을 해결하고, 산불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 기술이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놀라운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철저한 연구와 윤리적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후 변화의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단순히 비를 인위적으로 내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 자체를 완화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간의 기술이 자연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한유정
까마기자 한유정기자입니다.영상 뉴스를 주로 제작합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