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국민의힘, 당원 민주주의의 승리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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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2  |  수정 2025-05-12 07:53  |  발행일 2025-05-12 제23면
[월요칼럼] 국민의힘, 당원 민주주의의 승리
김진욱 논설위원
정치권은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말한다.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성사되기도 하는 곳이 정치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 정치권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교체하려던 지도부의 전횡을 당원들이 막은 사태에 대해, 어떤 이는 "막장 드라마"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역시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필자는 당원 민주주의 승리로 규정한다. 이번 사태를 무엇으로 규정하든간에 당의 주인인 당원이 지도부의 횡포를 막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한국 정당사에 기록될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시도 사태의 표면에는 후보단일화가 있다. 지도부와 당원 모두 대선 승리를 위해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지도부에게 단일화는 한덕수로의 후보 교체였고, 당원들에게는 대선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한 단일화였다. 지도부가 추진한 후보교체가 대선 승리보다는 대선 이후에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있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지도부가 추진했던 한덕수로의 단일화를 다른 시각으로 보면 보수정당에 익숙한 '용병정치'다. 당의 정체성과 가치와는 상관없이 대선 승리를 위해 외부의 덕망인사를 후보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는 토론과 검증 절차를 지켜본 당원과 국민이 선택한다. 그런데 국힘 지도부는 본선 경쟁력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그런 검증절차조차 무시한 채 외부 수혈을 강행하려 했다. 용병이라도 당내 경선에 참여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는 달리 심각한 절차적 오류를 무릅쓰고 한덕수를 후보로 내세우려 한 것이다.

당원들은 대선 후보를 교체하려는 지도부 결정을 투표로 무산시켰다. 당원 투표가 진행된 그저께(10일), 많은 당원들이 자신들의 SNS를 통해 지도부를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그 결과 '위에서 아래'로 향한 지도부의 의사결정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당원들의 제재로 무산됐다. 국민의힘이 소수 지도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당원이 주인인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당원들의 결정은 김문수 지지뿐 아니라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 대한 지지로도 해석된다. 당원들이 단일화를 요구한 것은 조금이라도 경쟁력 있는 후보를 국민 앞에 내세우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단일화하는 과정도 정당해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당이 절차를 어겨가면서까지 선거 승리를 위한 도구로만 존재한다면, 정당이 가진 가치와 철학은 형해화(形骸化)된다. 절차적 정당성은 후보 뿐 아니라 후보를 낸 정당의 품격과 직결된다. 지도부는 품격을 지키지 않았지만 당원들은 품격을 지켰다.

김문수는 당원들의 선택으로 국민의힘 후보가 됐고, 당원들의 지지로 잃을 뻔했던 후보 지위도 유지했다. 김문수는 당 후보 자격이 회복된 이후 발표한 소회를 통해 '사필귀정, 민주영생, 독재필망, 당풍쇄신'을 내세웠다. 당풍쇄신이란 말까지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을 지지해준 당원에게 낸 메시지다. 이젠 당원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서 우리나라 미래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를 선출하고 지켜준 당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대선일까지 국민의힘 대권 후보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시간이 그리 많지도 않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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