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사진 가운데)이 대구 북구 산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김정기 행정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홍준표 전 시장이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2년10개월 만에 임기를 내려놓은 데 따른 것이다. 지방선거가 열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약 1년간 대구시는 '시장 없는 시정'을 이어가야 한다. 김 권한대행의 행정력에 기대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대구시, 역대 첫 '대선 영향 시장 권한대행 체제'
지난 달 11일 0시부터 시는 행정부시장의 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홍 전 시장이 2년 10개월 만에 시장직을 던지고 조기 대선에 나서면서, 대구시는 역대 처음으로 '시장의 대선 출마로 인한 권한대행 체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김정기 권한대행은 지난 달 11일 “혼란스러운 시기에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권한대행을 수행하게 됐다. 27년 공직생활의 경험과 역량을 쏟아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함지산 산불과 대선 공약 확정·발표는 권한대행 체제 대구시가 가장 먼저 마주한 중요 사안이었다. 앞서 지난 달 28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불이 났다. 당시 날씨 등의 영향으로 인해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불로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한때 주변 도로가 통제 조치됐다. 또 산불 영향으로 대구 도심과 경북 일부 지역까지 연기와 타는 냄새가 퍼져 나가기도 했다. 지난 2일 김 권한대행은 '산불 주의 및 입산통제 협조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산불 예방을 위한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시장 공백 상황에서 각 정당·대선 후보들에게 건의할 대구지역 공약을 확정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지난 달 24일 시는 4대 분야, 23개 사업(76개 세부사업), 총사업비 82조원에 달하는 대선 지역공약을 확정·발표했다.
◆현안 추진·재정비, 갈등요소 분석 등 과제 많아
대구시장 권한대행 체제 기간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홍 전 시장이 밑그림을 그리고 간 대구시 핵심 현안들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다. 민선 8기 체제에서 대구의 핵심 현안은 대구경북(TK) 신공항, 대구경북행정통합, 대구 군부대 이전, 맑은 물 하이웨이 등이 있다. 특히, TK신공항 건설은 재원 확보라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못했다. 이는 권한대행 체제의 대구시에 있어 가장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대구시의회 일각에서는 홍 전 시장 시절 추진된 일부 정책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 전 시장 시절과 연관된 각종 갈등요소와 채용비리 의혹 등도 권한대행 체제로 넘어오게 됐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시정 슬로건·동대구역 동상 등에 지역 일각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고, 일부 대구시 관련 인사를 두고서는 '내정설' 등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지역 관가 한 관계자는 “아직 권한대행 체제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구체적인 평가를 하기엔 이르지만, 전임 시장이 남긴 과제는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구 관가 관계자는 “김 권한대행은 공직에 오래 몸담은 관료 출신이다. 유명 정치인이었던 전임 시장과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라며 “그 말은 곧, 정치 권력자의 한계·약점에서 김 권한대행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에 대한 감언이설·아부 같은 것을 멀리하고, 원칙을 중요시하는 행정가답게 대구시를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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