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대구광역시의 동성로 거리에서 연설을 마친 후 두손을 번쩍 들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에도 속는 셈 치고 '2번' 찍었는데, 바뀐 게 있습니까. 이젠 그냥 소신대로 찍을랍니다." 지난 23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서 만난 최재호(65·북구)씨는 6·3대선 전망을 묻는 영남일보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그는 수십 년째 보수 후보를 지지하며 '묻지마 투표'를 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주변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고 했다. 2·3·4·5·6면에 관련기사
'보수의 텃밭' TK(대구경북)의 민심이 심상찮다. 계엄·탄핵 등 보수당의 연이은 실책에 '반(反)이재명' 정서가 옅어지면서 바닥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것. 여기에다 개혁신당 이준석 등 젊은 보수 후보까지 등장하면서 TK민심은 투표 당일까지 아무도 점칠 수 없는 '안개 속 판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자동응답·ARS 방식,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TK에서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49.1%의 지지율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후보(31.6%),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12.3%)의 분포를 보였다. 이는 지난 제20대 대선과는 확연히 다른 지지율 분포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지난 대선에서 TK는 압도적인 지지로 윤 전 대통령(73.9%)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이 후보의 TK 득표율은 22.7%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이재명 대세론'이 TK에서도 인정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19~24일 만난 대구시민 상당수는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는 전망을 거리낌없이 내놨다. 그러면서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에 대한 질책을 쏟아냈다. 직장인 이정용(35·수성구)씨는 "보수당의 실책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이재명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예측된다"며 "보수당은 후보 선출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고,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다. 뽑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안 후보가 나타난 점도 기존 보수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취업준비생 서모(25·여)씨는 "토론을 보고 이준석 후보로 마음을 굳혔다. 김문수 후보의 보여주기식 계엄 사과에는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경북대 엄기홍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계엄과 탄핵 등을 거치면서 지역민의 '정당 일체화(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 자신을 동일화하려는 행위)' 경향이 많이 옅어졌다"며 "각종 여론조사는 강성 지지층의 결집 현상으로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지만, 실제 투표장에서는 격차가 확 벌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중도층의 마음을 붙잡을 메시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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