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홍합 접착단백질 기반의 혈관신생 유도 접착형 다공성 마이크로젤 모식도. (우)줄기세포 탑제 마이크로젤 주입 후 혈관 유도 및 뼈 형성 치료 효과 확인 모습.<포스텍 제공>
기존의 수술 대신 주사 한 방으로 뼈를 되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 기술을 국내 연구팀이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포스텍(포항공과대)은 29일 포스텍과 경북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홍합에서 착안한 주사형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손상된 뼈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골다공증과 같은 뼈 질환은 더 이상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골다공증 환자는 일상 속 작은 충격에도 쉽게 뼈가 부러져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이에 연구팀은 수술 없이 손상된 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연구의 핵심은 '홍합'에서 착안한 생체 접착 기술이다. 홍합은 파도가 거센 바위에서도 떨어지지 않는 뛰어난 접착력을 가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홍합 단백질에 혈관 생성을 돕는 VEGF 펩타이드를 결합해 체내에서도 잘 달라붙고 혈관 생성을 유도하는 '마이크로젤'을 만들었다.
이 마이크로젤은 지름 0.2mm의 미세 구슬 형태로 내부는 스펀지처럼 다공성 구조를 지녀 줄기세포가 오래 머물고 잘 자랄 수 있다. 무엇보다 주사기로 손쉽게 주입할 수 있어 수술 없이도 손상 부위에 정확히 전달된다.
실제로 연구팀은 이 마이크로젤에 줄기세포를 담아 골다공증 실험쥐에 투여한 결과, 손상 부위에 잘 부착돼 혈관이 활발히 생성되고, 줄기세포가 뼈 조직으로 자라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머리뼈 결손이나 해면골 손상 부위에서도 탁월한 회복 효과를 보였다.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연구팀은 '미세유체 공정'이라는 첨단 제조기술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크기와 모양이 균일한 마이크로젤을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치료 효과의 일관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성과다.
이제 뼈 재생의 미래는 수술실이 아닌 주사기로 옮겨가고 있다. 자연에서 찾은 아이디어가 첨단의학과 만나 고령사회 의료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POSTECH 차형준 교수는 "줄기세포의 생존율과 전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며 "골다공증뿐 아니라 혈관 생성이 필요한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에 적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포스텍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 화학공학과 김동표 교수, 경북대 첨단기술융합대학 의생명융합공학과 조윤기 교수, 민경익 교수 연구팀이 함께 수행했으며, 국제적인 권위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실렸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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