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편한 인류의 동반자, 플라스틱

  • 김진식 대구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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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06  |  수정 2025-06-06 07:30  |  발행일 2025-06-06
김진식(대구지방환경청장)

김진식(대구지방환경청장)

2023년 9월 20일 오후(뉴욕 현지시간) 환경부와 유엔환경계획(UNEP, UN산하 환경 전문기구)은 2025년 제54차 세계 환경의 날(World Environment Day) 개최국으로 '한국'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1997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 이후 28년 만에 재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유치한 것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세계 환경의 날(매년 6월 5일)은 환경 보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노력을 다짐하기 위해 1972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한 국제연합 기념일이다. 각국 주요 인사들, 국제기구 대표, 기업 및 전 세계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해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다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 행사다. 이 회의의 결의에 따라 설립된 유엔환경계획은 1987년부터 매년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그 해의 주제를 선정하고 대륙별로 돌아가며 개최국을 정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025년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 Plastic Pollution)'이다. 지난 10년간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자원문제, 생물다양성, 대기오염 등 다양했다. 플라스틱 오염은 2018년과 2023년에 이어 올해 주제로 다시 선정됐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플라스틱(plastic)은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열과 압력을 가해 성형할 수 있는 합성고분자화합물의 일종으로 합성수지라고도 부른다.


1869년 미국의 인쇄공인 존 웨슬리 하이엇은 녹나무에서 추출한 장뇌와 나이트로셀룰로스(면화약)를 섞어 천연수지가 가미된 최초의 반합성수지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를 만들었다. 당시 획기적인 발명품이었으나, 가끔 폭발이 일어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다 1909년 미국의 화학자 레오 베이클랜드가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이용해 최초의 열경화성 합성수지 플라스틱인 '베이클라이트'라는 물질을 만들게 되면서 플라스틱 산업은 급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무언의 경고를 하기 시작했다. 1997년 미국의 항해사 찰스 무어는 태평양에서 거대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를 발견했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었다. 이후 인도양과 대서양 등에서도 발견돼 충격을 안겨줬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4억6천만t에,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3억5천300만t에 달했다. 2000년 대비 각각 약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대로라면 2060년에는 그 수치가 약 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플라스틱은 자연 분해가 매우 더디다. 페트병은 분해되는 데 약 450년, 빨대는 약 200년이 걸린다. 대신 마모되거나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 형태(길이 또는 지름이 5㎜ 이하)로 변하게 된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부, 기업, 시민 사회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재활용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엔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하루 동안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를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떤가. 습관이라는 단어의 습(習)은 '백번의 날개짓'에서 본떠 만든 글자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의 날개짓을 통해 친환경 생활습관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김진식(대구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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