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산(山)으로 간 배(舟)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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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4  |  발행일 2025-06-24 제23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우리 속담을 부정하는 '바다를 다니는 배를 산으로 옮겨' 유럽의 역사를 바꾼 이야기다.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라 실제 사례다. 터키 오스만 제국은 배를 산으로 올리는 역발상 으로 1천 년 넘게 함락하지 못하던 이스탄불의 천년 요새 콘스탄티노플을 무너트렸다. 2015년 제작된 영화 '정복자(FETIH) 1453'에 나오는 오스만 제국이 로마를 정복한 실화다.


1453년 무너진 비잔틴 제국의 동로마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은 육지와 맞붙은 삼각형 도시를 둘러싼 20km에 이르는 굳건한 성벽으로 난공불락이었다. 당시 콘스탄티노플 마르마라 해안은 강풍으로 선박 접근이 힘들고, 최대 800m에 이르는 골든혼(금각만)이어서 1천 년 이상 버틴 철옹성을 오스만은 57일 만에 함락시켰다. 승리 비결은 다름 아닌 발상 전환이었다. 바다와 연결된 입구를 막은 굵은 쇠사슬 탓에 육지 성벽만 공격하던 오스만은 군함을 산으로 옮기는 신의 한 수를 떠올렸다. 배는 무조건 바다로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인 셈이다. 오스만은 황소, 병력, 장비를 총동원해 2km 구간에 목재 레일을 깔아 군함을 산으로 이동했다. 군함과 목재의 이동을 위해 돼지기름을 칠해 70여 척의 군함을 단 이틀 만에 대포를 발사 할 수 있는 산(山) 중턱에 배치했다. 결국 오스만은 450㎏짜리 돌덩이를 1.5㎞ 이상 날릴 수 있는 배에 장착된 대포로 콘스탄티노플을 무너뜨렸다.


오스만의 '산으로 보낸 배' 전략은 유럽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꾼 사건이 된 것이다. 자신이 맡을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오스만 제국처럼 기상천외한 역발상으로 해답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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