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 칼럼] 정의는 어떻게 지켜지는가

  •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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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7  |  발행일 2025-06-27 제27면

블랙요원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영화 '야차'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간의 언쟁은 지금 우리에게 닥친 질문이다. 세계 스파이들의 전장 중국 선양에서 활동하는 국정원 비밀공작팀. 임무 완수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 일명 야차(夜叉)로 불리는 지강인(설경구役)이 블랙팀을 이끈다. 고지식한 검사 한지훈(박해수役)이 특별감찰관으로 이곳에 파견된다. 한지훈은 보고되지 않은 블랙팀의 행동을 의심하지만 야차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공작을 펼쳐나간다. 무모하고 폭력적이지만 정의를 지키는 데 투철한 지강인이 말한다. "정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해." 원칙주의자 한지훈은 달랐다.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한다." 작중 내내 이어지는 논쟁이다. 정의는 어떻게 지켜지는가?


중동 위기가 진정세로 돌아섰다. 트럼프의 '힘을 통한 평화'가 통한 셈이다. 2주간 시한을 주겠다고 해놓고 하루 만에 '한밤중의 망치(Midnight Hammer·작전명)'로 이란을 내리쳤다. 무자비한 '야차'의 정의구현 방식이다. 이란과 가까운 중국·러시아는 쳐다만 봤다. 서슬 퍼런 미국의 시선은 북한을 향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도 전념하고 있다." 간담이 써늘했을 터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할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은 백악관의 의도와 달리 이란이나 다른 국가들에 '핵무기 보유가 유일한 보호'라는 결론을 내리게 할 것이다(뉴욕 타임스). 보수 일각에선 "한국이 30년간 못한 일을 이스라엘은 해냈다"며 미국식 무력 도발을 부추겼다. 반대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을 때 한반도 전쟁 발발 확률이 낮아지고, (그래서)북핵 보유가 비핵화보다 낫다"(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는 순진한 진단도 동시에 소환됐다.


'이재명의 방식'은 무언가. 트럼프와 사뭇 다르다. "가장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과 '케미'가 맞는 말이다. 직시할 게 있다. 남북이 극단적으로 대치했던 윤석열 정부가 이재명 정부로 바뀌었다고 곧바로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힘이 담보되지 않은 평화는 거짓 평화다. 그런 평화는 언젠가 깨진다. 이스라엘-이란전은 현실세계에서 평화가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후손이며 중동의 리더다. 군사력 순위에서도 이스라엘(15위)과 엇비슷(16위)하다. 결과는 어떠했나. 이란 지도자들의 호언장담과 달리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 일각의 소위 '국뽕'도 만만찮다. 글로벌파이어파워(GFP) 5위라며 북한(34위)을 깔본다. 현실도 그러할까. 핵전력을 포함한 북한의 종합 군사력은 한국의 100배, 1천배 이상이란 분석(정성상 세종연구소 부소장·25일 연합뉴스)이 우리를 긴장시킨다. "한국이 가진 재래식 무기는 아무리 뛰어나도 북한의 핵무기에 비하면 물총에 불과하다"(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것이다. 압도적 힘은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평화가 경제고 곧 밥'이란 이 대통령의 주장은 그 다음 순위의 명제다.


현실의 정의는 선만이 아니라 악도 포함한다. 어떤 사람에겐 선이 어떤 사람에겐 악이 될 수 있다. 정의는 유일하지 않고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하다(미즈카미 사토시·일본 애니메이션 작가). 정의의 한계다. 그런 정의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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