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법불아귀(法不阿貴)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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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30  |  발행일 2025-06-30 제23면

'법불아귀'(法不阿貴)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법가(法家) 사상가인 한비자가 한 말로, 법은 귀한 사람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권력이 있든 없든 법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니, 한비자가 꿈꿨던 법치주의를 표현하는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청구와 관련해 지난 24일 열렸던 내란특검측의 언론브리핑 때 법불아귀가 거론됐다. 이날 박지영 내란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중 한명이다"며 "법불아귀,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정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특검보는 '체포영장이 집행될 경우 조사할 시설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에 "특별하게 조사실이 마련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법불아귀의 연장선상에서 한 말로 해석됐다. 법불아귀는 내란 특검팀 내부회의 때 조은석 특검이 언급했던 말로 알려져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에 출석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법원은 체포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구했지만 특검은 거부했다. 특검 조사를 받던 지난 28일 오후에는 윤 전 대통령이 한때 조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내란 특검측과 윤 전 대통령 변호인측의 기(氣) 싸움이다.


이런 과정이 법불아귀로 보이지는 않았다. 법불아귀는 살아있는 권력에게 적용될 때 의미가 있다. 윤 전 대통령이 현직일 때,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강도높게 조사하는 수사기관이 했다면 공감했을 표현이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탄핵당했을 뿐 아니라 3개 특검의 조사를 받는 피의자다. 죽은 권력이다. 맞는 말도 시기를 잘 맞춰야 공감된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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