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신도성, 경계에서 숨을 쉬는 자

  • 태병은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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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2 06:00  |  발행일 2025-07-21
태병은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태병은 아트리움 모리 큐레이터

아직 해가 들기 전, 짙은 어둠의 틈을 비집고 푸르스름하게 비춰오기 시작하는 빛과 축축한 새벽 공기를 머금은 듯한 어딘가. 질서 없이 배치된 얼굴 없는 인물과 동물은 어딘가 모를 공간을 유영한다. 여러 차원의 세계가 한 화면 안에 중첩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 사물 간의 연결되지 않은 지점들로부터 발생하는 균열 때문일까?


작가 신도성의 작업관에서 일관된 키워드로 작용하는 '환상, 꿈, 경계, 긴장, 공허'와 같은 주제는 캔버스 속에서 분위기, 색채, 형태, 구도 등을 통해 균형 있게 스며든다. 일상에서 마주한 감각은 작가에게 인상을 남기고, 그것은 무의식의 층위로 내려가 그의 꿈속에서 보다 유연하게, 구체적인 형상과 느낌으로 재조직된다. 작가 신도성이 살아내는 현실은 무의식을 거쳐 꿈을 소환시키고, 존재하지 않음에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꿈 속의 형상들은 작가로 하여금 캔버스 위에 소환된다. 현실이 꿈을 부르고, 꿈은 다시 캔버스 속 현실로 환원되는 반복된 순환 속에서 작가는 무엇을 향해가고 있는 것일까?


'꿈'은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어온 주제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억압된 충동과 욕망이 상징적으로 변형되어 나타나는 심리적 기제로 규정하며, 정신분석학의 중심 개념으로 자리매김시켰다. 특히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는 프로이트의 이론에 깊이 매료되어, 자신의 꿈을 토대로 회화적 상상력을 전개해나갔다. 그의 작업은 꿈의 논리와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무의식을 시각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논의된다. 그러나 신도성의 작업에서 '꿈'이 핵심 키워드로 작용한다고 해서, 그의 회화를 단순히 초현실주의의 연장선에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 방식일까?


신도성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은 그 포즈와 비율, 자세에 있어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력을 보여준다. 특히 인체의 구조를 해석하는 그의 시선은 회화적 감각을 넘어서 해부학적으로도 높은 정확성과 설득력을 지닌다. 이러한 정밀한 재현은 작품 전반에 깔린 깊고 암묵적인 분위기(심연을 연상시키는 짙은 배경으로 비롯되는)와 강한 대비를 이루며, 감각이 비현실의 경계로 흩어지는 순간마다 그 경계를 다시 현실의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듯하다. 그의 작품 속에서 이와 같은 구체적 형상의 개입은, 작품의 이야기를 감각이나 무의식, 꿈의 세계로 침잠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지각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그를 진정 그 자신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은 꿈일까, 현실일까? 어쩌면 그는 꿈과 현실 어느 한쪽에 머물기보다, 그 둘의 경계에서만 자신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는 이인 것은 아닐까? 지면에서 언급한 모든 작품은 신도성 작가의 인스타그램 계정(@sondo_so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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