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병원의 한 의료 관계자가 전공의 복귀로 인한 인력 공백을 우려하며 고심하고 있다. 응급실 운영을 둘러싼 인력난이 가중되며, 중소병원과 개원가 모두 채용 경쟁에 직면한 상황이다.
"응급실을 지키던 전공의가 떠난다는 말에, 병원 전체가 술렁이고 있어요. 남은 인력으론 야간 진료는커녕 낮 근무도 버겁습니다."
대구 달서구 한 병원 임원은 최근 응급실 근무 전공의 1명이 복귀 수련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가뜩이나 인력난을 겪던 상황에서 전공의 한 명이 빠진 것만으로도 응급실 운영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병원 측은 구인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아직 없다.
의정 갈등 해소로 전공의 수련 재개가 사실상 가시화되면서 지역 일선 의료 현장에선 큰 고민이 생겼다. 그간 사직한 전공의에 의존해 온 일부 중소병원과 개원가가 동시에 인력 공백에 직면하게 되면서다. '채용 경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2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남구의 한 병원장은 "전공의 한 명이 수련 재개로 떠나게 됐다. 밀려드는 환자를 어떻게 받을 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답답해 했다. 이어 "사직 전공의 복귀는 환영할 일이지만 지역 병원 현실에선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게 급선무"라고 부연했다.
경주에 소재한 한 병원 상황도 비슷하다. 이 병원장은 "억대 연봉을 제시해도 지방 병원에선 지원자를 찾기 어렵다"며 "전공의가 떠나면 남는 건 허탈함 뿐"이라고 했다. 전공의는 국가정책에 따라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지만, 그 빈틈은 고스란히 지역 병원 몫이라는 얘기다.
개원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사직 또는 임용포기 후 재취업한 전공의 5천399명 중 60%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내과·외과·응급의학과를 중심으로 전공의 인력은 그야말로 핵심 진료 인프라였다.
이들이 오는 9월 레지던트 모집에 응하면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은 동시에 대규모로 인력 재구인에 나서야 한다. 대구 수성구 한 내과 의원 원장은 "9월 복귀 일정에 맞춰 구인을 시작하려면 이미 늦었다"며 "4월부터 준비한 병원들도 채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전공의 복귀가 지역 의료에 '희소식'인 것은 맞지만, 그 이면엔 지역의료 체계가 그간 전공의에 얼마나 의존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대구지역 한 개원의(59)는 "전문의 배출도 끊긴 상황에서 인력풀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며 "당분간 의료공백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전공의 수련 재개를 계기로, 지방의료의 구조적 인력난이 본격적으로 재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처럼 의료인력 유입이 어려운 지역에선 단순한 '채용 경쟁'을 넘어 실질적 유인책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