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간 '2+2 통상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4일 인천국제공항 귀빈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각)로 예정됐던 '한미 2+2 통상협의'가 돌연 무산됐다. 이에 24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려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 여기에다 이날 귀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당초 계획했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한으로 예고한 25% 상호관세 발효시한(8월1일)을 일주일 앞두고 한·미 관세협상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면에 관련기사
기획재정부는 24일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과 예정됐던 2+2 협의가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으로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인천공항에서 출국 한 시간 남짓 앞둔 오전 9시쯤 미국 측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통보받고 방미 일정을 접었다. 당초 2+2 통상협의에는 우리 측에서 구 부총리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기재부는 "미국 측은 조속한 시일 내 개최하자고 제의했고, 한미 양측은 최대한 빨리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측으로부터 정확한 사유를 전달받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관세협상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관세협상 시한은 다음달 1일로 임박해 있는 상태다. 실질적인 진전이 없어 자칫 협상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부는 앞서 미국을 방문 중인 고위급들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그리어 USTR 대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 장관, 덕 버컴 국가에너지위원장 등을 만나 상호관세와 품목관세, 양국 간 에너지 협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하는 협의가 △관세 △비관세 △환율 △대미투자 △국방 등을 포괄하는 '패키지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베선트 재무장관이 빠진 상황에서 진행되는 협상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숭실대 구기보 교수(글로벌통상학과)는 24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미국에 약 760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것처럼 우리도 알래스카 가스관 개발 등을 비롯해 반도체·자동차·조선업 투자 예정 규모를 합산해 대규모 대미 투자국인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며 "경북지역 농가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사과(검역 완화 카드)보다 양곡관리법이 통과될 경우 정부가 수매할 수 있는 쌀 수입쿼터를 늘려주는 게 현실적으로 좋은 (협상)카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구경모(세종)
정부세종청사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