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위력에 쓰러진 ‘분도소극장’ 주역들 그 이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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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5-16   |  발행일 2014-05-16 제35면   |  수정 2014-05-16

기타 하나 들고 떠난 극장장 이성우, 국제적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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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국서의 ‘관객모독’과 오태영 작 ‘조용한 방’ 두 편은 적자가 아니었다. 조용한 방으로는 8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외상, 미지급금 등의 연속이었다. 개관한 그해 10월 분도는 무일푼이 된다. 서울서 내려온 배우 개런티보다 그들의 상경 차비가 더 급했다. 가진 거라곤 마음뿐이었다. 그는 배우 모르게 극장에 있던 릴테이프녹음기를 전당포에 맡기고 3만원을 마련해 왔다. 분도의 음향이 사라졌다. 급기야 빚쟁이가 들이닥쳤다. 벽시계에 1만원짜리 차압딱지를 붙이고 갔다.

결국 1981년 초가을, 백기를 들었다. 파산이었다. 하지만 소문은 나지 않았다.

그는 이용민에게 “돈을 벌어 마흔 정도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한 뒤 기타를 들고 대구를 떴다. 분이 풀리지 않았다. 경남 진주 옛 경상대 앞에서 재기의 맘을 먹고 다시 분도소극장을 재건한다. 대구에선 ‘예술’이 목표였다. 진주에선 철저히 ‘운동’ 중심이었다. 대구에선 운동권을 거부했는데 진주에선 운동권과 놀았다. 소설가 정동주씨의 글을 받아 ‘한국식 뮤지컬’ 같은 ‘진양살풀이’를 안무해서 전국순회에 나선다. 전국 최초의 소극단 전국투어로 평가받는다. 4년쯤 진주에서 여러 연극물을 올리다가 역시 경제난으로 문을 닫는다. 소극장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는다. 그에겐 이제 남은 희망은 클래식 기타리스트에 대한 포부뿐이었다.

그는 78년 한국일보가 주최한 한국 기타콩쿠르에서 금상을 수상한 실력파.

이후 89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로리에 란돌프에게 사사한다. 2002년 KBS FM 한국의 연주가로 선정된 바 있다. 91년부터 매해 그의 듀오 파트너인 독일의 대표적 기타리스트인 올리브 나이니와 유럽, 일본, 중국, 호주, 한국 등지로 순회 공연을 다닌다. 아시아 작곡연맹에서의 창작곡 연주를 비롯해 대구 분도소극장 시절 극장 운영에 많은 도움을 준 작곡가 이건용(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역임)의 노래시 발표 등 한국 현대창작음악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일본 오카야마시의 아시아 음악제에 초청받아 한국의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 바 있으며 파라과이 문화협의회에서도 활동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장고처럼 대구로 돌아와 ‘더 액터즈(The actorz)’란 ‘문화폭탄’을 터트렸다.


절친이 떠나자 패닉 겪기도 한 이용민, 엣지있는 건축디자이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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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디자인 피에이엔 대표인 이용민.

그는 세 가지 꿈을 딛고 건축디자이너가 된다.

시인이 되고 싶었다가 접고 화가를 꿈꾼다. 한때는 코리아음악감상실 DJ로 활동했는데 ‘대구의 이종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분도를 만나면서 그걸 다 접는다.

친구 이성우가 떠나자 이용민은 잠시 패닉상태가 된다. 돌파구를 찾았다. 화랑도 얼마든지 소극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법원 옆 민정당사(현 새누리당 대구시당 당사) 지하에 입주해 있던 맥향화랑의 김태수 대표를 만난다. 화랑에서 연극공연을 해보자고 간청한다. 미술평론가 권원순씨도 그의 초대 공연작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라진 분도의 정신이 맥향화랑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그 덕분에 대구 첫 김덕수 사물놀이, 공옥진의 병신춤, 이매방의 춤이 맥향에 오를 수 있었다.

1982년 자신도 서울의 공간사랑 같은 건물을 짓고 싶었다.

중구 공평동 이목화랑 옆에 바우하우스 디자인 연구소를 연다. 25세 때였다. 91년엔 대선배급 건축디자이너 박재봉과 손을 잡고 <주>판 건축조형연구소를 연다.

그의 건물은 비정할 정도로 심플하면서 클레오파트라의 입술처럼 고혹적이다. 작가정신 때문에 2008년 이용민건축디자인쇼(갤러리신라 큐브 C) 등 두 번의 건축개인전을 가졌다.

대구미술관, 대구컨벤션뷰로 홍보관, 경북대 미술관, 동성로 1길, 현대백화점 대구점 공사장 가림벽 환경그래픽, 2·28민주화운동기념회관, 호텔인터불고, 대구 첫 갤러리&다이닝 레스토랑 누오보 등에 그의 감각이 녹아들어가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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