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풍’구절 엿보기] 피란 온 노부는 동생 찾는 무료광고 내고 하염없이…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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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14  |  수정 2015-10-14 07:38  |  발행일 2015-10-14 제6면
[‘시대풍’구절 엿보기] 피란 온 노부는 동생 찾는 무료광고 내고 하염없이…
광복 이후 영남일보가 마련한 시민대운동회. 이 행사는 무려 10만명의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목우 기자가 쓴 시대풍에는 “엿장수 떡장수 밥장수 술장수 국수장수 담배장수 물장사 고구마장수 기타 명칭을 붙이기 곤란한 가지각색의 영세상인들이 돈을 끌고 있는 판이었다. 관람객 무려 십만! 가난하고 똑똑치 못한 사람들에게는 이십만의 고객이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복”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영남일보 DB>

▨ 무한기아 = 식량 배급 대상자가 극도로 축소된 후로는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표정의 친구를 자주 만나게 되었다.

왜 기운이 없는가?

덥고 배고프다.

겨울이 오면 괜찮겠지?

겨울엔 춥고 배고프다.

봄에는 따뜻하고 배고프고, 가을이 오면 시원하고 배고프다.

어제도 오늘도 이런 친구와 만났다. 여담자(餘談者)도 배가 고프다.

▨ 무료광고 = 어제 새벽부터 본사 정문 화강암 계단에서 왼종일을 앉아있는 여아 동반의 한 노부가 있다. 그는 서울 회현동에서 온 류씨성을 가진 피란민으로 6일부 본지에 그의 아우를 찾는 무료 광고를 내게 하고, 상봉할 날까지 백날이라도 거기서 기다린다 한다.

부친은 짝지를 들고 여아는 조그마한 보자기를 들었다. 집이 없으니까 밤이면 노숙하고 날이 새면 신문사 앞에 와서 골육의 아우를 기다리는 애절한 인생이다. 그의 아우가 생존해서 본사 정문 앞을 찾아오도록 독자와 더불어 기도를 올린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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