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사자보다 무서운 배고픈 의사·변호사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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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7-07 07:31  |  수정 2017-09-05 10:53  |  발행일 2017-07-07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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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보상금은 사회복지제도 중 하나다. 사업주가 근로자 임금의 일정 비율액을 보험료로 납부하고,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주는 올바른 보험료를 산정해 납부해야 하고, 정부기관은 업무상 재해가 맞는지에 대해 판단해야 하며, 의사는 전문가의 소신대로 정확한 장해 진단을 해야 한다.

기능의 정점에 선 기관이 근로복지공단이고, 장해에 대한 1차 의견을 내는 이가 산재지정병원의 의사다. 재해보상금 지급 절차의 업무를 대리하는 이들은 변호사와 공인노무사다. 위 구조는 얼핏 보면 여러 단계를 거치고, 다수의 전문가가 개입하는 점에서 틀림이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산재지정병원과 소속의사, 근로복지공단의 직원, 자문의사, 공인노무사, 변호사가 브로커와 힘을 합쳐 국가기관을 속인다면 좀체 발각되기 어렵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산재보험금 브로커 A씨를 수사하다 경악했다. 산재지정병원의 원무과장이 병원을 찾은 환자를 A씨에게 소개하고, A씨는 환자의 장해등급을 조작해 높은 보험금을 지급받도록 했다. 불법보험금이 76억원, A씨가 챙긴 돈만 24억여원에 달했다.

과정은 이러하다. A씨는 병원에 소개비를 지급하고, 산재지정병원 의사는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줬다. A씨는 공인노무사를 고용해 근로복지공단에 진단서를 첨부한 장해급여신청서를 제출했고, 공단의 직원과 자문의사는 심사 과정에서 높은 장해등급이 결정될 수 있도록 의견을 내는 등 편의를 봐줬다. 물론 상당한 돈이 오간 것은 당연하다. 공단 직원 6명이 수수한 뇌물액은 2억5천500만원, 공단 자문의 5명이 받은 배임수재액은 1억1천500만원으로 드러났다. 이들 의사는 건당 50만~100만원을 받고 양심을 팔았다. 의사 2명을 포함한 관련자 16명이 구속됐고 2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노무사와 변호사도 6명이나 포함돼 미국 속담 ‘배고픈 변호사는 사자보다 무섭다’는 말을 확인시켰다. 변호사·의사·노무사는 공신력이 있는 사람으로, 국가가 이들의 행위가 적법할 것으로 믿는 점을 노렸다.

주범인 A씨는 노무사와 변호사 명의를 동원해 업으로서 보험금 지급 대리사무를 해 변호사법과 공인노무사법을 위반했다. 또 산재지정병원의 원무과장에게 돈을 주고 환자를 받아 배임증재죄를 저질렀으며, 의사로 하여금 허위진단서를 작성케 해 그 죄를 교사했다. 나아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에 따라 뇌물죄의 주체로 보는 근로복지공단 간부 직원에게 돈을 줘 뇌물공여죄, 공단 자문의에게 돈을 줘 배임증재죄를 저질렀다.

선례를 보면 A씨는 높은 형이 예상된다. 해당 사건은 사회복지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공단의 재정 건전성을 해쳤으며, 공기업 비리의 표상이 되었고 전문직 종사자들이 양심을 저버린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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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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