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을 보면 경제 흐름이 보인다?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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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1-06   |  발행일 2018-01-06 제16면   |  수정 2018-01-06
걸그룹 경제학
걸그룹을 보면 경제 흐름이 보인다?
국내 걸그룹들 전세계 인기 지역


자칭 ‘삼촌팬’이라 말하는 저자
걸그룹 현상을 경제학으로 풀어내

기획사들이 청담동에 모인 이유
고도의 마케팅과 경영전략 등
31개 경제상식 걸그룹 통해 전해

‘걸그룹의 흥망성쇠를 읽으면 경제의 흐름이 보인다.’

걸그룹을 통해 경제학을 알아보자는 다소 발칙하고 흥미로운 이 책은 한 장의 지도에서 시작됐다.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걸그룹 세력도라는 지도다. 자칭 ‘삼촌팬’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녀시대의 영토가 너무 작게 표현된 것에 의구심을 품었고, 결국 빅 데이터를 분석한 통계를 바탕으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걸그룹 세력도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를 위해 다음소프트의 텍스트 마이닝 엔진을 활용해 자연 언어 처리와 통계치를 추출했다. 그렇다고 빅 데이터만 가지고 걸그룹을 분석하진 않았다. 왜냐면 걸그룹은 단순히 인기의 척도만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 저자는 걸그룹 세력도에는 수많은 경제이론과 고도의 심리전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물건이 아닌 가치 소비를 지향하고, 텍스트보다 이미지나 동영상을 선호하는 스트리밍 쇼퍼와 그들의 욕구에 부합하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과 치열한 경영전략이 숨어있다는 것. 이에 저자는 걸그룹을 둘러싼 각종 사회문화 현상을 경제학으로 풀어낸다.

왜 모든 기획사는 청담동에 있을까. 저자는 선점효과와 빅3 법칙을 설명하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선점효과란 특정 제도가 불합리한 면이 있더라도 널리 퍼져 있어 바꾸기 어려운 현상을 말한다.

걸그룹을 보면 경제 흐름이 보인다?
걸그룹 트와이스

걸그룹 기획사들이 높은 임차료가 부담스럽지만 청담동을 떠날 수 없는 이유도 같은 효과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 저자는 청담동이 갖고 있는 캐스팅의 장점과 많은 작곡가와의 협업, 무엇보다도 음악시장의 큰손인 Mnet이 청담동에 있었기 때문에 기획사들이 청담동에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빅3 법칙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사는 SK-KT-LG만 존재하고, 백화점은 신세계-현대-롯데가 대표적이다. 빅3 법칙은 산업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3’이라는 체제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이런 빅3 법칙이 걸그룹에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SM-YG-JYP다. 초기 1세대 걸그룹 시장은 SM과 대성기획이 양분하는 구도였지만 걸그룹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빅3로 재편됐다. 경제학에서 빅3로 재편된 산업구조에서 빅3는 제너럴리스트(광범위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가 되고, 나머지 기업은 스페셜리스트(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가 된다고 한다. 실제로 빅3 기획사는 비교적 대중의 기대에 맞는 걸그룹(소녀시대, 트와이스, 레드벨벳, 블랙핑크 등)을 선보인 반면 빅3에 들지 못한 크레용팝이나 나인뮤지스 등은 엽기 콘셉트나 모델돌이라는 이름으로 스페셜리스트가 됐다.

걸그룹을 보면 경제 흐름이 보인다?
유성운·김주영 지음/ 21세기북스/ 360쪽/ 1만8천원

시청률 3%의 가요프로그램을 걸그룹이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버핏 효과에 빗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버핏 효과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투자 대상에 대해 낙관적인 발언을 하거나 실제로 투자를 하면 주식 가치가 급등하는 현상을 말한다. 걸그룹이 시청률 3%의 가요프로그램에 1회 출연 1천만원을 쓰면서 출연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다. 가요프로그램에서 1등을 하면 행사비가 10배 오르고, 광고 출연요청도 쏟아진다. 실제로 2014년 뮤직뱅크에서 1위에 오른 걸스데이는 1위 이후 광고가 20편까지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책은 걸그룹을 가지고 경제상식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걸그룹도 상위 20%가 지배한다, 파레토 법칙’과 ‘3세대 걸그룹은 왜 9명 이상일까, 링겔만 효과’ ‘태연이 후렴구를 도맡는 이유, 비교우위의 법칙’ ‘스텔라가 위문열차에 자주 오르는 까닭, 대체재와 보완재’ 등 31개의 경제상식을 걸그룹을 통해 전한다.

이 밖에도 부록을 통해 2007~2017년 데뷔 걸그룹 리스트부터 평균데이터, 걸그룹 포지셔닝, 지역별 걸그룹 배출 그리고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저자가 직접 분석한 걸그룹 세력도를 볼 수 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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