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이어서 시청률이 이 정도로 잘 나올 줄은 몰랐다"

  • 박주희
  • |
  • 입력 2020-05-21 10:00  |  수정 2020-05-21 11:43  |  발행일 2020-05-22 제16면
[인터뷰] 드라마 '부부의 세계' 변호사로 존재감 드러낸 대구시립극단 출신 배우 권혁
"김희애, 내공과 상대 배우 생각해주는 배려, 촬영 현장서 연륜은 '우아함' 그 자체였다"
권혁사진2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김희애 분)의 이혼 전문 변호사로 짧게 출연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대구 연극인 출신 배우 권혁. 매니지먼트 구 제공

"'부부의 세계'에서 변호사 역할을 맡았다고 하면 '아하~'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앞으로 오디션 보거나 제 소개할 때 말씀드리기가 쉬워졌어요."


대구시립극단 출신인 배우 권혁이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28.4%)을 기록한 JTBC '부부의 세계'에서 지선우(김희애 분)의 이혼 전문 변호사로 분해 짧은 출연이었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변호사 역을 실감나게 소화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


그는 "대본에 '사무적으로' '빠르게'라는 지문이 있어 이를 충실히 따른 것 뿐"이라면서 "시청자 입장처럼, 사실 처음에 대본을 보고 '우와! 대박'이라는 탄성이 나왔다. 그래도 '19금'이어서 시청률이 이 정도로 잘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반전 있는 신선한 전개, 긴장감 넘치는 연출, 놀라운 연기력 등의 힘으로 이렇게 높은 시청률이 나온 것 같아요.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다보니 잠깐 출연했는데도 알아봐 주시는 분도 계세요. 얼마 전 아들과 함께 미용실에 갔는데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시던 원장님께서 혹시 출연했던 배우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김희애와 호흡을 맞춘 촬영 소감에 대해 묻자 "김희애 선배님과 단 둘이 호텔 촬영씬이 있었는데 새벽 5~6시 무렵이었다. 그 시각까지 촬영하느라 힘드셨을텐데 되려 저에게 '오래 기다려서 지겨우셨죠'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셨다. 내공과 상대 배우를 생각해주는 배려, 촬영 현장에서 연륜은 '우아함' 그 자체였다"고 치켜세웠다.


드라마 전회를 아내와 함께 봤다는 그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에 대한 질문에는 "준영이가 지선우에게 '엄마 미안한데 나 데리러 와주면 안돼?'라는 그 대사에 같이 보던 아내와 펑펑 울었다"고 답했다. 그의 아내는 대구시립극단 소속 연극배우 김정연씨다. 권씨는 "서로의 연기에 대해 칭찬보다 지적하는 편이다. 같은 직업이라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장점인데 단점이 더 많다. 숨기고 싶은데 다 들통이 나버린다"며 웃음지었다.
 

2020052001000680200026932
드라마

권혁은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 시절 대구의 한 극단에 입단해 연극을 시작했고, 이후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연기력을 인정받아 2008년 12월 대구시립극단에 입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 4년 뒤인 2012년 7월 퇴사한다.

 

 

"TV나 스크린에 출연하고 싶기도 했고, 연출·배우·매체 등의 인프라가 더 잘 갖춰진 곳에서 활동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어요." 


대구 연극인 출신 선배인 이성민씨가 국민배우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어 후회하지 않게 부딪혀라도 보자라는 생각으로 고민 끝에 대구시립극단에 사표를 내고 서울로 올라갔다. 하지만 오디션에 합격했던 연극이 무산되는 바람에 마음 고생도 했다. 극단 '골목길'에서 연극을 하면서 오디션을 통해 영화·드라마에서 작은 역할로 출연하는 식으로 이력을 쌓았다. 지금까지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약 50편의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아 왔지만 아직 인지도가 높은 배우는 아니다.


"지금도 배역의 70~80%는 오디션으로 발탁됩니다. 힘들죠. 서울에 올라가서도 지인도 없고 외지인 같은 느낌이 들어 힘들었어요. 그래도 어깨 너머로라도 배우는 게 많아요. 다른 배우들의 행동, 가치관 등을 보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습니다."


좋은 인연도 따라왔다. 2017년 영화 '탐정'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윤경호가 지금의 소속사인 '매니지먼트 구'와 인연을 맺어줬다. 그는 "소속사 생기고 나서는 도움도 많이 받고 해서 배우 활동의 새 변화점을 맞은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가장 비중있게 출연했던 드라마는 '조들호 2'의 재벌 2세 역할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역할에 대해 묻자 "첫 주연을 했던 니콜라이 고골의 감사관(감찰관)이라는 작품의 '흘레스타코프'역은 잊을 수 없는 작품과 배역이다. 사기꾼 역할"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사실 주어진 역할이 많지 않아 역할에 욕심 부릴 입장은 아니지만, 기회가 된다면 영화·드라마에서 사기꾼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대구 연극계에서 계속 활동할 계획도 밝혔다. 

 

"그동안 시립극단 스태프로, 연극제 작품으로, 또 연출로 대구 선후배 동료들을 만나왔어요. 앞으로도 서울이든 대구든, 연극이든 영상 매체든 가리지 않고 활동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극본도 쓰고 연출도 한 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싶은 꿈도 있어요."


한편 권혁은 차기작으로 오는 8월 첫 방송 예정인 MBC 새 수목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 합류한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주희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