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성원 그나라어린이도서관장이 지난 6월 대구 북구 동천동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서 열린 '반짝예술시장'에서 어린이들을 위해 동화책 버스킹을 하고 있다. |
박성원(46·대구 북구 동천동) 그나라어린이도서관장은 '동네 삼촌'으로 통한다. 어린이, 그림책, 마을 이 세 가지는 그의 키워드다. 동네 행사장에서 아이들을 옹기종기 앉혀 놓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그림책 버스킹을 한다. 또 낡은 자전거를 닦고 고치고 기름칠을 해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연습용으로 나누어 준다. 그런가 하면 장화를 신고 팔거천에서 아이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는다. 말 그대로 놀아주는 동네 삼촌이다.
10년 동안 목회자의 길을 걷던 박 관장은 교회 밖을 나오자 갈 데가 없었다.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정체성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책방을 하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목사가 장사하면 안된다며 말렸다. 그래서 생각한 게 도서관을 차리는 것이었다. 책을 모으기 시작했고, 기증받은 책더미에서 박 관장은 그림책을 만나게 된다. 그때 박 관장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그림책이 '무릎 딱지'(글 샤를로트 문드리크, 그림 올리비에 탈레크)였다. 그림책을 만나면서 박 관장은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가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박 관장은 그림책에 관련된 일이라면 강원 원주·삼척, 서울, 전남 순천 등 어디든 달려갔다.
박 관장이 그나라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한 지는 4년째다. 도서관이 막 걸음마를 할 시기에 코로나19를 만나 고비를 겪게 됐지만 좋은 점도 많았다. 국공립도서관이 문을 닫고 아이들이 학교에도 갈 수 없을 때 박 관장은 그림책을 배달했다. 엄마들이 책 제목을 박 관장에게 보내면 오토바이에 책을 싣고 찾아갔다. 물론 비대면이라 아파트 문손잡이에 살짝 걸어두고 돌아왔다. 그는 "코로나19로 활동이 제한된 아이들이 그림책을 받고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은 듯 기뻐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도서관을 이용하는 회원이 좀 더 많아졌고 도서관이 조금 더 인정받게 된 계기가 됐다.
그나라어린이도서관은 그림책 도서관이지만 아이들보다 젊은 엄마들이 더 많이 드나든다. 박 관장은 "젊은 엄마들의 양육 기간은 침체나 경력 단절 기간이 아니라 경력 보유기간이다. 자녀 양육 기간에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자기계발을 하며 더욱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책과 도서관을 통해 활동가로 연결되는 것이 마을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목적"이라며 아이들은 그냥 엄마를 따라와서 노는 곳이 그림책 도서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나라어린이도서관은 매월 문화가 있는 날 그림책을 정해 함께 읽는다. 때론 그림책 작가가 직접 동참하기도 한다. 지난 6월24일에는 '우리 옛이야기의 힘과 매력'의 저자 서정오 작가가 함께했다. 도서관은 또 '엄마들의 책 모임' '엄마들을 위한 캘리그래피' 등 성인강좌도 많다. 박 관장은 "엄마가 책을 읽고 힘을 얻으면 아이들은 절로 힘을 얻는다"며 "그림책은 0~100세 책이라고 하는데 어른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관장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그는 "그나라어린이도서관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 드리려 한다"며 "그 책을 그나라어린이도서관에 배가(정리된 자료를 도서관에 배치하는 것)하고 소장하고 싶은 분에게는 판매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어 "누구에게나 이야기는 있다. 어떤 방법이라도 좋다. 글이나 그림, 사진도 좋고 나만의 다른 방법이 있다면 뭐든지 좋다. 분명히 이야기는 자라서 나와 이웃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관장은 신적인 존재를 만난 것 이후로 그림책을 만난 것이 기적이며 행운이라고 한다.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동네 삼촌의 역할' 또한 목회 활동의 하나라고 했다.
글·사진=조경희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