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호시비 종지부 찍은 호계서원...이번엔 '위폐 복설 철폐' 시비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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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4 14:33  |  수정 2021-04-04 14:53  |  발행일 2021-04-05 제9면
호계서원
4일 오전 안동 호계서원 앞에서 예안향교와 성균관유도회 예안지부 유림 40여 명이 4일 서원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400여 년을 이어온 병호시비(屛虎是非)의 종지부를 찍으며 복원한 호계서원(虎溪書院·경북도 유형문화재 35호)이 첫 향사부터 위패를 둘러싼 새로운 시비에 휘말렸다.

4일 오전 호계서원 입구에선 예안향교와 성균관유도회 예안지부 유림 40여 명이 '위패 복설 철폐'를 주장하며 서원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이날 호계서원에선 춘계향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예안향교 유림 등은 이 향사도 '명분 없는 중복 제향'이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호계서원이 애초 약속을 어기고 졸속으로 위패 복설을 결행했다. 위패를 당장 철폐하고 원상대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유산인 도산서원을 비롯한 4곳의 서원에서 네 분(퇴계·서애·학봉·대산)의 선현을 이미 제향하고 있다. 명분 없는 중복 제향을 즉시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지난 2013년 경북도와 안동시의 중재로 서애를 퇴계 위패의 동쪽에, 학봉은 서쪽에 두되 그 옆에 학봉의 후학인 이상정을 배향하기로 하면서 병호시비는 일단락됐다.

향사는 결국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이 과정에서 위폐 복설 철폐를 둘러싼 새로운 진통이 돌출한 것이다.

예안향교 유림 등은 "한 고을에 두 서원에서 제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1620년의 공론을 존중하고, 서원의 본래 목적대로 (호계서원을) 사회교육장으로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호계서원 관계자는 "서원 복원과 위패 복설은 지역 유림사회의 광범위한 필요성과 서열 다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여론이 모인 결과다. 퇴계 등 네 집안의 종손도 동의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했다.

이어 "호계서원 복설 준공 고유제를 치러 400여 년의 목은 갈등을 해소하며 유림의 대통합을 이뤘는데, 위패 철폐 주장은 지역 유림의 반목과 갈등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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