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과로사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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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8   |  발행일 2021-04-28 제27면   |  수정 2021-04-28 07:11

1980년대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과로사는 피로 상태가 축적되거나 정신적인 과부하 상태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를 말한다. 1960~70년대 세계 무역 시장에서 '경제 동물'로 불릴 정도로 전후 복구에 온 힘을 쏟았던 일본은 근로자들이 업무상 과부하로 쓰러지는 사례가 속출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과로사가 '가로시(Karoshi)'라는 일본어 발음대로 실릴 만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과로사 개념이 등장했다. 경제성장에 따라 수출 대국으로 커지면서 이면에는 과로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의 희생이 밑바탕이 됐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었고 1993년 노동부가 뇌 심혈관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처음으로 업무상 과부하의 개념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택배 노동자와 경비원의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우울증인 코로나 블루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로 늘어난 업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고통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방역을 맡은 해당 부서뿐 아니라 대부분 공무원이 예방과 방역에 투입되면서 과로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문경시청 공무원 2명이 이틀 새 연이어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방역 담당 직원은 아니지만 고유의 업무에다 방역 등의 업무가 겹쳐 탈이 난 것이다. 더 큰 일이 닥치기 전에 대비하라는 신호로 봐야 한다.

일부 시민들은 공무원의 업무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절반만 일해도 공무원 조직이 잘 돌아가리라는 것이 대표적인 시각이다. 나머지 인원은 그냥 대충 일하고 월급만 축내는 무리로 치부한다. 단단한 오해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공무원은 그들의 고민과 노력에 따라 국민의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식을 하고 있다. 그만큼 책임을 느끼며 일하고 있고 이 때문에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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