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대구가 최적지 (3)] 문화분권으로 거듭나는 대구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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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24 20:13  |  수정 2021-05-26 17:47  |  발행일 2021-05-25
간송미술관-이건희미술관 연계 땐 고전-근대-현대로 이어지는 '회화 클러스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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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삼덕동 360-6번지 일원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예정지. 대구가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한다면 대구간송미술관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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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삼덕동 360-6번지 일원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예정지. 대구가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한다면 대구간송미술관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018년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의 문화정책 과오를 바로잡을 목적으로 '문화비전 2030'을 발표했다. 문화비전 2030은 문화가 사회 의제 해결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문화개념을 확장하고, 대한민국 사회가 물질적 성장과 경제적 복지 단계를 지나 내적 성장과 문화 복지를 추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문화비전 2030 주요 의제 9개 중 '지역문화 분권 실현'과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확산'이 대구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눈길을 끌었다. 정부는 해당 의제의 실현을 통해 지역문화 고유성을 확보하고, 지역 정체성에 맞는 다양한 예술지원을 확대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구 등 비수도권 국민이 각종 문화혜택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이에 따른 문화관광 분야 침체도 상당했기에 지역민들이 정부 정책에 거는 기대도 남달랐다. 

 

이러한 국민의 기대는 최근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 선정 과정과 맞물려 사회 이슈화되고 있다. 삼성가가 정부에 기증하는 2만3천여점의 '이건희 컬렉션'이 향후 '이건희 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설 지역에 문화·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기대되면서 대구시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두 팔을 걷어 부쳤다. 중앙집권적 문화정책을 타파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이건희 미술관' 입지 선정을 계기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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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간송미술관 조감도.<대구시 제공>

◆문화 혜택 절실한 대구
대구는 각종 문화예술 시설 입지에서 소외돼왔기에 지역민들을 위한 정부의 배려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가로부터 받는 문화 혜택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는 문화 분권을 추구하는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등 충분한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대구시와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를 보면 전국의 국립예술단 및 국립공연·전시시설 대부분이 서울 등 수도권에 편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합창단·국립극단·국립무용단 등 국립예술단의 경우 9곳 전체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전국의 국립공연장·국립미술관 11곳 중 절반이 넘는 6곳이 수도권에 자리해 있으며, 나머지는 전남·부산·전북·광주·충북에 각각 1곳씩 자리해 있을 뿐이다. 이들 중 전국의 국립미술관 4곳만 봐도 수도권에 3곳 충청권에 1곳이 자리해 있고, 대구에는 국립예술단 및 국립공연·전시시설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대구의 미술관 부족이 특히 눈에 띈다. 대구는 6·25 전쟁 이후까지만 해도 '근대 미술의 메카'로 불리며 수많은 거장을 배출한 예술적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문체부의 '2020전국문화기반 시설총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의 미술관 수는 4곳에 불과했다. 서울(46곳)·경기(53곳)와 비교하면 한 참 못 미치는 수준인 데다, 광역시 중 부산(8곳)과 인천(5곳)보다도 미술관 수가 부족하다. 인구가 대구보다 100만 명 가까이 적은 대전(5곳)과 광주(14곳)보다도 미술관 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미술에 대한 대구시민의 관심은 컸다. 지난해 대구지역 미술관의 연간 관람인원(시설총람 기준)은 65만2천480명으로 인천(12만8천981명) 광주(36만4천264명) 대전(19만7천538명)보다 현저히 많았으며, 대구보다 인구가 많은 부산(76만1천728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국 최고 수준 접근성과 확장성
반면, 지리적 측면에서 대구의 문화시설 접근성은 전국을 아우른다. 대구는 철도 및 도로교통 중심지로 인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55분, KTX로 서울역에서 대구까지 1시간 40분 소요된다. 향후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내륙철도까지 현실화하면 전국의 웬만한 거점도시에서도 1시간 대 접근이 가능하다.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대구국제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급증추세였으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들어서는 의성·군위에서도 공항철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외국인 관광객 대거 유치도 기대된다.


대구 수성구 삼덕동 일원에 건립되는 대구간송미술관과 '이건희 미술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간송미술관에는 총 318점 가량의 그림과 글씨, 불상, 도자기 등이 상설전시될 계획인데, 여기에 '이건희 미술관'의 대구 유치가 확정된다면, 대구는 고전과 근대에서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시각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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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재단이 1997년 10월 스페인 빌바오(Bilbao)에 세운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영남일보 DB>

◆지역 문화관광 산업 중흥 기대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가 성공한다면 그간 침체 됐던 지역 문화관광산업 중흥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유사 사례는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구겐하임 재단이 1997년 10월 스페인 빌바오(Bilbao)에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세운 것이 좋은 예다. 쇠퇴한 공업 도시였던 빌바오에 세계적 명성의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인구 40만 명의 빌바오는 연간 12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기둥이 없는 구조로 기하학적 모양새를 띄고 있어 바라보는 방향마다 달리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정 건축물이 도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도 이때 탄생한 신조어다. 2007년 기준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에서 비롯된 경제효과만 2조 원이 넘었다.


이 밖에도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일본 사가현 다케오시(武雄市) '다케오 시립도서관'에 연간 100만 명의 이용자들이 방문하는 등 해외에서도 문화시설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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