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여객선 추진 우여곡절 울릉도 "2023년엔 띄운다"

  • 정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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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2 07:21  |  수정 2021-06-03 11:07  |  발행일 2021-06-02 제4면
'울릉~포항 대형여객선 취항' 물러설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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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군이 포항~울릉(도동항) 항로에 투입할 예정인 대형여객선이 울릉도 도동항에 정박한 가상 모형도. 〈울릉군 제공〉

여객전용선 vs 여객·화물겸용선 찬반갈려 중단됐던 사업
올 초 사업응모 2개사 중 해운법 위반한 업체 돌려보냈지만
사업자선정 반려 효력정지 소송 걸어 공모사업 다시 중단돼
법원선 가처분 소송 기각…업체서 항소땐 사업진행에 발목

郡, 신규여객선 도입 실시협약 행정예고…주민의견 수렴나서
대저건설과 협약체결땐 내달 중 2천t급 대형여객선 건조


울릉도는 주민들에게 육지로 가기도 어렵고 돌아오기도 힘든 섬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예측불허의 바다 날씨 탓으로 포항∼울릉을 오가는 여객선의 결항이 잦기 때문이다. 2천300t급 썬플라워호가 선령 만기(25년)로 운항을 중단한 지난해 2월 말부터 600t급 이하 소형 여객선 3척이 오가고 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승객들은 얕은 파도에도 뱃멀미를 하고, 주민은 생업에 위협을 받는 실정이다. 소형여객선들의 결항일수가 늘어나자 울릉도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며 대형여객선 취항을 원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2천t급 쾌속여객선 도입 '하세월'

썬플라워호 운항 중단에 대비해 울릉군은 2018년 대형여객선을 운항하는 회사에 10년간 최대 운항 보조금 1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포항~울릉(도동항) 항로 대형여객선 공모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적자를 이유로 이에 나서는 선사가 없었다. 결국 운항결손액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바꿔 사업자를 구했다. 2019년 9월 '포항∼울릉 여객선 지원 공모사업'을 추진한 울릉군은 그해 12월 쾌속 여객 전용선을 제안한 대저건설을 최종 협상대상자로 결정했다.

새 대형여객선 도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객 전용선으로 결정된 순간부터 시작됐다. 여객 전용선과 여객·화물겸용 선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여객 전용선 찬성 측과 반대 측 주민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새 대형여객선 도입사업 논의는 중단되고 섬 주민들 사이 반목과 갈등만 커졌다.

이에 경북도는 분열된 민심 봉합을 위해 지난해 6월 이철우 도지사가 이부형 경제특보를 2차례 울릉도로 보내 울릉군·울릉군의회·선사·울릉 주민단체와 '울릉 항로 대형 여객선 유치 및 사업 조기 유치'에 동의하고 △신규 건조 선박 최대 25~30t의 화물 선적 △임시 운항할 여객 및 화물 겸용 카페리 여객선 6개월 이내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끌어냈다.

경북도와 울릉군·대저건설은 합의문을 토대로 지난해 6월22일 포항에서 '실시협약'을 체결키로 하면서 공모사업이 진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경북도의회·울릉군의회에서 합의문에 대해 좀 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실시협약 체결이 무산됐다. 포항∼울릉(도동항) 항로의 대형여객선 도입사업은 향후 경북도·울릉군의 재정적 지원이 수반되기 때문에 경북도의회·울릉군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북도와 울릉군은 일방적으로 실시협약을 체결할 수 없는 처지다. 이에 따라 대형여객선 공모사업은 또다시 미궁에 빠진 채 지금까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형카페리선 공모 심사 재개 '안갯속'

울릉군의 공모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지자 울릉도 대형여객선 취항 문제 해결을 위해 해양수산부가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하 포항해수청) 담당과장을 지난해 12월 울릉도 현지로 보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포항~울릉 항로에 대형카페리 여객선 조기 투입을 약속했다. 포항~울릉 항로 대형카페리 여객선 공모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포항해수청이 지난 1월4일부터 25일까지 포항∼울릉(사동항) 간 대형 카페리 선박 도입을 위한 공모 신청을 받은 결과 에이치 해운과 울릉 크루즈 2개사가 응모했다. 하지만 포항해수청은 에이치 해운이 신청한 '썬라이즈제주호'가 공모에 적정한 선박이 아니라고 판단해 지난 1월26일 공모 신청을 돌려보냈다. 포항해수청은 '썬라이즈제주호'가 전남 고흥과 제주도 서귀포 사이를 운항하기 위해 연안여객선 현대화펀드 지원을 받아 건조했음에도 항로 이전과 관련해 운항 기간이 3개월도 되지 않아 항로 투입 후 1년 이상 운항해야 하는 해운법을 위반한 점 등을 들어 신청을 반려한 것이다.

에이치 해운은 포항해수청의 행정 처분이 내려지자 올해 1월29일 대구지법에 포항해수청을 상대로 '정기여객 운송사업자 선정 신청 반려 처분취소 및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대형 카페리 공모사업자 선정은 잠정 중단됐다. 법정 다툼으로 지지부진했던 공모사업은 지난달 27일 대구지법이 에이치 해운의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해수청 관계자는 "법원판결에 따라 공모사업자 선정심사위원회를 열겠다"며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이르면 다음 달에는 포항~울릉 항로 대형카페리 여객선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 대한 에이치 해운의 항소 결정이 남아 있어 공모사업 재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울릉군, 쾌속 대형여객선 취항 재추진

대형여객선의 도입이 늦어져 주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울릉군이 신규 대형여객선 도입을 재추진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울릉군의회도 군의 대형여객선 도입사업 재추진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례개정에 들어갔다. 울릉군의회는 지난달 14일 임시회에서 이상식 부의장이 대표 발의한 '울릉군 대형여객선 지원 조례안'의 개정을 만장일치로 의결해 울릉군이 재추진하는 신규 대형여객선 도입사업의 근거를 마련했다.

군은 지난달 15일부터 3일까지 '대형여객선 신조 운항을 위한 실시협약안'을 행정 예고하고 20일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협약안에는 △군민 편의를 위해 연간 250일 이상 운항 △군민 승선권을 여객정원 20% 이상 배정 △울릉군에 여객선사 별도법인 운영 △선박의 중간·정기검사 겨울철(12∼2월) 시행 불가 △25∼30t 일반화물 적재 공간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규 대형여객선은 총톤수 2천t급 이상 규모로 속력 40노트 이상, 최대파고 4.2m 미만에 운항할 수 있도록 설계해 건조할 예정이다.

군은 행정예고가 끝나면 군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오는 7일 군정 조정위원회를 열어 실시협약안을 확정한 후 울릉군의회에 동의 의결 절차를 거쳐 대저건설과 신규 여객선 도입에 대한 실시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군은 이달 안으로 대저건설과 실시협약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안으로 여객선 건조에 들어가 늦어도 2023년 8월부터는 신규 대형여객선이 포항∼울릉(도동항) 항로에 취항할 계획이다.

정용태 기자 jy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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