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지자체장이 되려는 이의 덕목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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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2   |  발행일 2021-08-12 제23면   |  수정 2021-08-1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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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중부지역본부장

백선기 칠곡군수는 46년간 공직의 길을 걸어왔다. '꼼꼼하거나 세심하거나' 그에 대한 대체적 평가다. 그는 행정에 관한 한 과하리만큼 완벽주의자다. 그래서 붙여진 별호(別號)가 '행정의 달인'이다. 그러면서도 직원 생일엔 장미꽃을 건네고 치맥파티를 열어주는 등 자상함도 잊지 않는다. 그는 내리 3선을 했다. 그리고 지금 마지막 10개월의 길목에 서 있다. 최근 백 군수에게 소회를 물었다. 그는 두가지 당부로 화답해줬다. 첫 번째는 새로운 칠곡군수가 '칠곡표(標)' 관광벨트 사업을 완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호국보훈사업을 이어받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농업의 고장도, 공업의 고장도 아닌 칠곡을 세계적 '호국관광 도시' 반열에 올려 놓은 그의 땀과 열정이 밴 당부였다. 같은 3선인 고윤환 문경시장은 "오는 하반기 착공하는 쌍용양회 문경공장 터 도시재생뉴딜사업이 내 임기 중엔 어렵겠지만, 후임자가 잘 마무리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시 마지막 임기인 곽용환 고령군수는 후임에게 "숲이 우거지고 사계절 꽃을 피우게 하는 조경사업을 중단없이 펼쳐 고령을 대한민국 최고의 정원도시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의 얘기를 들으니 문득 노파심(老婆心)이 들었다. 내년 지방선거 주자(走者)에 대한 생각이다. 민선 7기 싹 튼 '양질(良質)의 사업'을 이어받아 꽃을 피우게 할 각오가 과연 서 있는지 말이다. 무수히 목도했다. 새 지자체장이 오면 기존 정책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을. '전임 지자체장의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대개 표면적으론 예산난 등을 그 이유로 든다. 하지만 속내는 '전임 지자체장 흔적 지우기'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다. 경북 유일 여당 지자체장인 장세용 구미시장은 취임 초 구미시 새마을과 폐지와 박정희 기념관·새마을테마공원 명칭 변경을 시도했다. 하지만 역풍에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지난 3년간 냉엄하고 견고한 지역 민심을 실감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좋은 사업을 전임 지자체장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칼에 잘라낸다면 안타까운 예산 허비다. 그 대상이 기업이든 주민이든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정책은 지속가능성이 요체다. 시장·군수가 되려는 이들에게 당부한다. 장(長)에 오르면 주민·전문가부터 만나시길. 그들의 의견을 들은 뒤 지속가능한 사업은 무엇이며, 규모를 줄여야 할 사업과 중단해야 할 사업은 어떤 게 있는지 판단하는 게 옳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장이 교체된 뒤 보은성 인사와 보복성 인사가 교차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취임 첫 해 인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전임 도지사 흔적 청소'라는 오해를 산 바 있다. 이른바 '코드 인사'를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유구히 지속돼 온 인사 원칙이 훼손돼선 안될 일이다. 지자체장이 되려는 이들이 각별히 새겨야 할 대목이다.

지방선거 열기는 신문에서 첫 열기가 지펴진다. 영남일보는 내년 시장·군수 선거에 누가 뛰는지 넓은 지면을 할애해 소개했다. 그 면면을 보니 누가 적임자인지 아직은 판단이 잘 서질 않는다. 그들에게 묻는다. 지자체를 이끌어 갈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라고. 행정·정치력이 다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겸손과 배려의 인성도 못지않게 요구된다. 전임 지자체장의 노작(勞作)을 존중하고, 공정·공평한 인사를 통해 화합·소통을 실현하겠다는 각오를 일찌감치 다져 놓으시라. 우선, 새 지자체장을 맞는 경북 안동·경산·문경시, 칠곡·고령군과 대구 달성군(3선 연임 제한)의 주자들을 눈여겨본다.
이창호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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