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집 안전을 위한 선택, 주택용 화재경보기와 소화기

  • 김종근 경북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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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2   |  발행일 2021-11-02 제21면   |  수정 2021-11-0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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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경북소방본부장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라고 했다.

인간이 수많은 선택을 통해 삶을 만들어간다는 뜻이면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그 선택이 지니는 의미를 일깨워주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게 됨을 경험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한 결과는 고스란히 본인의 몫이지만, 때로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각종 사고로부터 안전하기 위한 우리의 선택은 어떨까?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간밤의 화재·구조·구급 등 소방활동 상황을 확인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필자는 매일 크고 작은 안타까운 사고사례를 접한다.

각종 화재, 낙상, 추락, 교통·작업장·농기계 사고 등이 왜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자신이 평균보다 더 낫다고 믿는 일반적인 오류인 '워비곤 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워비곤 호수'는 미국의 풍자작가 개리슨 케일러가 1970년대에 진행했던 라디오쇼 '프레이리 홈 컴패니언(A Prairie Home Companion)'에 나오는 가상의 마을이다. 워비곤 호수 효과는 이 마을의 사람들이 모두 스스로 평균보다 더 잘 생기고, 힘이 세고, 똑똑하다고 믿는 데서 유래된 심리학 용어다.

이처럼 왜곡을 낳을 수 있는 워비곤 호수 효과는 어떤 상황에 자신 있게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안전에 있어서는 안전에 꼭 필요한 선택을 불필요하게 여기는 안전불감증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이 문제다.

특히 화재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장소인 주택의 안전을 위한 우리의 선택은 어떠할까?

지난 9년간(2012~2020) 주택화재는 6만9천809건이고 주택화재사망자는 1천304명이다. 주택화재는 전체 화재의 18.4%이지만 사망자는 46.2%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또 주택화재는 낮 12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사망자는 0시에서 오전 6시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주택이 모두가 잠든 밤에 생명을 잃는 최악의 장소로 변한 것이다.

이에 소방에서는 2010년부터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운동을 펼쳐 왔으며, 소방시설법을 개정하여 2017년 2월부터는 단독·다가구·연립주택 등 모든 일반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주택용 화재경보기·소화기) 설치를 의무화하였다.

하지만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50% 정도에 머물고 있어 미국(96%), 영국(88%), 일본(81%) 등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저조한 상황이다. 우리 집의 안전을 위한 선택을 바르게 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택용 화재경보기는 건전지 내장형이어서 누구나 쉽게 천장 등에 부착할 수 있으며, 가격도 1개당 1만원 미만이고 건전지 수명도 10년 이상이어서 가성비도 매우 높다.

주택용 화재경보기를 주방과 침실에 설치한다면 행복의 보금자리에서 생명을 잃거나 한평생 쌓은 재산을 잃는 일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실제로 금년 초 칠곡군에서 노부부가 잠든 사이 화재가 발생했지만 주택용 화재경보기 덕분에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젊은 날 자식들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연로한 부모님이 화재로 인해 돌아가신다면 어찌할 것인가!

요즘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제 곧 화기를 많이 취급하는 겨울철이다. 겨울철이 오기 전에 우리 집과 시골 부모님 댁에 주택용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를 설치하자. 이는 안전을 선물하고 덤으로 안심을 얻을 수 있는 꼭 필요한 우리의 선택이다.
김종근 <경북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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