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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0대의 젊은 연예인이 '황반변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는 유명 연예인이 앓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흔히 노인성 질환으로 알고 있는 황반변성이 젊은 나이에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슈가 됐다. '황반변성'은 당뇨망막병증, 녹내장과 함께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질환 중 하나로, 망막의 시세포가 집중된 황반이라는 신경조직에 변성이 생긴 것이다. 시력이 나빠지고 반듯하게 보이던 차선이나 주변 건물이 갑자기 구부러지거나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을 동반한다. 황반변성은 나이가 들어 발생하는 질환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서 생기는 황반변성 외에도 근시성·이차성·특발성 황반변성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 젊은 나이에도 나타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자료를 보면 황반변성 환자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지만, 최근 50대 이하의 젊은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젊은 층에서도 황반변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황반변성의 종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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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는안과 김인혜 원장 |
가장 흔하게 알려져 있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황반부에 변성이 나타나고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60세 이상 인구에서 시력상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75세 이상 인구의 약 30%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평균수명의 연장, 식습관 및 생활 양식의 서구화 등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위험인자로 알려진 것으로는 연령, 흡연, 인종, 유전적 요인, 염증 관련 요인, 비만, 영양요인, 심혈관계 질환 등이 있다. 특히 흡연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의 위험성을 두 배 이상 증가시킨다. 채소와 생선류 섭취, 금연, 정상 혈압 유지, 체중조절, 적절한 운동 등으로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노력하면 나이 관련 황반변성 발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형태별로 건성·습성 황반변성으로 나눌 수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망막에 드루젠이나 망막색소상피의 위축과 같은 병변이 생긴 경우를 말하고, 전체의 90% 가까이를 차지한다. 황반에 있는 시세포가 서서히 위축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시력이 차차 떨어지고, 습성 형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 경과 관찰을 해야 한다.
망막 밑에 맥락막신생혈관이 자란 경우를 말하는 습성 황반변성은 신생혈관 자체 또는 혈관으로부터의 출혈, 삼출 등에 의해 심한 시력 손상이 발생하고, 발병 후 수개월에서 수년 사이에 원반형 위축, 심한 출혈 등으로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이 형태는 진행속도가 매우 빨라 몇 주 안에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젊은 나이에 황반변성으로 치료받는 환자의 대부분은 '근시성 황반변성'이다. 근시가 심하면 안축장이 길어지면서 황반의 망막, 맥락막과 색소상피가 얇아지고 위축되어 황반변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변성근시 또는 병적근시로 부른다. 맥락막 쪽에서 망막 쪽으로 신생혈관이 자라 출혈, 누출 등이 생기고 이로 인해 망막 내의 세포손상이 오는 질병이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 보다 맥락막신생혈관 크기가 비교적 작고 질환의 진행 속도도 빠르지 않은 편이지만, 지속적인 시력저하를 유발하므로 근시성 황반변성이 발견된다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특발성 황반변성은 50세 이하에서 다른 안질환 없이 발생하는 맥락막신생혈관을 말한다. 50세 이하에 발생하는 맥락막신생혈관의 원인 중 약 17%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소적인 맥락막염이나 맥락막혈관의 보상작용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특발성 맥락막신생혈관은 주로 황반부에 발생하고, 크기는 비교적 작다.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나 근시성 황반변성과는 달리 자연 퇴화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예후가 양호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드물게 그 크기가 점점 증가해 시력예후가 불량한 경우도 있다.
이차성 황반변성은 망막의 기저 질환이나 외상에 의한 이차적인 변화로 맥락막신생혈관이 생기는 경우를 말한다. 중심성망막염처럼 비감염성 염증성 질환이지만, 매독망막염과 같은 감염성 염증질환, 맥락막종양 등이 있을 수 있다. 또 베스트병이나 스타가르트병과 같은 유전질환으로 망막의 색소상피나 부르크막의 구조적 결함이 있을 때도 이차성 황반변성이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외상에 의해 맥락막파열이 생기거나, 안내 레이저 치료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맥락막신생혈관의 발생은 중심성망막염에서 시력저하를 일으키는 주요한 합병증으로, 중심성망막염 환자의 2.0~15.6 %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심성망막염에서 맥락막신생혈관의 발생 원인이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고령, 광역학용법 또는 레이저 광응고술의 시행, 여러 차례의 재발 등이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심성망막염 환자에서 맥락막신생혈관이 동반될 경우 치료의 방향이 달라진다. 중심성망막염은 보전적 치료만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맥락막신생혈관이 동반될 경우 안내약물주입술이 필요한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황반변성은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그런 만큼 정기적으로 1~2년에 한 번씩 안과 검사를 시행해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아직 황반변성의 완전한 치료법은 없지만, 질병의 초기에 적절한 조치를 함으로써 황반변성의 진행에 따른 실명의 위험성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안내약물주입술, 광역학요법, 레이저광응고술, 외과적 수술 등의 치료 방법이 있다. 그리고 예방적 목적으로 항산화제 섭취, 선글라스 착용, 심혈관계 질환 예방 및 치료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중 현재 주된 치료법인 안내약물주입술은 신생혈관의 퇴행을 유도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항체를 유리체강 내로 주사해 맥락막신생혈관의 활동을 저하시키는 치료 방법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치료법 중 시력개선의 효과가 가장 크고 부작용이 적지만, 여러 번의 주사를 장기적으로 시행해야 하고, 아직 고가인 점이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황반변성은 조기 진단만 이뤄진다면 진행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이용될 수 있지만, 너무 진행한 상태라면 치료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시력이 떨어지거나 물체의 상이 왜곡되어 보이는 현상이 생긴다면 즉시 안과적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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