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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창간 77주년을 맞아 영남일보의 단독 인터뷰에 응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의 가장 큰 장점으로 집중력을 꼽았다. 그는 "대구는 가능성이 많은 도시로, 대구가 결심을 하고 집중을 하게 되면 단번에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받아 당선됐고, 지난 8일 취임 100일을 맞기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 5일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있었다. 취임 후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가감 없이 밝혔다.
시정은 성과가 중요…연말까지 대구 미래 50년 밑그림 주력
행정타운 매각 잠정유보…주민이 이해할 때까지 기다릴 것
대구시장 생각한 건 이번이 세번째…여기 있으면 마음 편해
대구경북연구원 분리 고민 끝에 수용…상호발전 도움될 것
▶대구시장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간의 소회라고 한다면.
"소회라기보다는 취임 후 쉴 새 없이 달려온 것 같다. 연말까지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구가 지난 30년 동안 침체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재건을 하고, 과거 대구의 영광을 찾으려면 지금 우리가 혁신을 해야 할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다."
▶취임 후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지금은 보람 여부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무엇보다 성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 성과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집행을 하고 그리고 대구의 50년 미래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다."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시정 현안 추진 과정에서 일부 지역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나오고 있는데.
"시정이나 국정을 만장일치제로 해야 한다면 김정은 체제이지, 대한민국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무슨 일을 하더라도 반대는 있기 마련이다. (사업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검토해 보고 문제가 없다면 반대가 있더라도 일을 해야 한다. 반대가 있다고 해서 거기에 발목 잡혀 헤매게 되면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
▶성서 및 칠곡 행정타운 매각은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닌지.
"아니다. 잠정적으로 유보한 것이다. 해당 주민들이 사업 추진에 대해 이해를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일부 구청과 주민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자기 구청의 이익이고, 우리는 대구시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대구시를 설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유보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취임 이전부터 굉장히 큰 어젠다를 대구에 던졌다. 50년 미래를 보고 청사진을 그렸다고 했다. 대구취수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등 굵직한 정책들은 미리 준비한 걸로 보이는데.
"대구에서 2년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을 했다. 그리고 대구 전체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 초순부터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하고 난 뒤 대구시장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대구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대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첫째 폐쇄성이고, 둘째는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본다. 그 폐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기득권 카르텔이 현실에 안주(安住) 하면서 살아온 게 30년이 됐다. (시장이 돼) 일하면서 보니까 아직도 기득권 카르텔에 젖어 지금도 자신들이 왜 잘못했는지, 대구가 왜 이렇게 몰락했는지에 대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고 대구시정을 하지 않는다."
▶대구를 설계했을 당시 대구의 장점도 보였을 것 같은데.
"집중력이라고 본다. 대구는 다른 지역과 달리 결집력이 대단한 도시다. 그런데 그것이 나쁘게 나타나는 바람에 몰락을 했다고 본다. 좋게 나타나면 단번에 올라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가 있다. 따라서 대구는 가능성이 많은 도시라고 봐야 한다. 대구가 결심을 하고 집중을 하게 되면 단번에 도약할 수 있다."
▶SNS를 통한 소통이 다른 단체장들과 비교하면 많은 편인데, SNS에 대해 어떤 소신을 가지고 계신지.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자기 생각을 밝힐 때는 기자실을 찾아 발표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다른 방식을 통해 입장을 밝히면 그것이 바로 기사화가 된다. 정치 방식, 소통 방식이 바뀐 것이다. '왜 기자실에 자주 안 오느냐'라고 하는데, 그건 옛날 방식이다. 기자실에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대(對)국민 소통 방안이 있다. 소통 방식도 바뀌었고, 또 기사화되면 비판하는 댓글도 있다. 거기에서 또 새로운 걸 배우게 된다. 기자를 통해야만 했던 과거보다 오히려 더 정확한 팩트가 여러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 그게 제일 편리한 방식이고, 그렇게 하면 나중에 발뺌도 못 하게 된다."
▶대구에서 신천·신암초등도 다녔고 영남중·고를 졸업해 제2의 고향이지만, 대구를 떠난 지 오래됐는데.
"사실, 대구시장을 생각했던 것은 조해녕 전 시장님 임기 마치고 난 뒤 박종근(전 국회의원) 선배가 대구시장을 한번 해 보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때 대구시장을 해 보려고 대구로 오려고 했는데, 강재섭(전 국회의원) 선배가 김범일 시장님을 천거하는 바람에 못 왔다. 어쩌다 보니까 17년 후에 대구시장으로 오게 됐다. 경남도지사 시절에도 김범일 시장님이 재선하고 나가면서 대구로 오라고 직접 연락이 온 적이 있다. 당시는 보궐선거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상황이어서 경남도민들과의 재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구로 올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대구시장을 생각한 게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이다. 대구는 고향과 같다. 친구들은 대학 친구 빼고는 다 대구에 있다. 그래서 대구가 제일 친근감이 들고, 대구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밖에서 보던 대구와 안에서 본 대구는.
"대구는 밖에서 볼 때나 안에서 볼 때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17년 전 대구시장을 처음 생각했을 때도 대구를 한번 바꿔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때는 기회가 좋았다. 지금과는 달리, TK(대구경북) 대통령 시절 때는 대구가 조금만 잘했으면 쉽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TK 출신 대통령이 많았지만 대구가 도약할 수 없었던 것은 매년 10월 정기국회에서 국비 예산 몇 푼 더 받아오는 것 가지고 일 다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구가 이렇게 된 것이다. 대구가 정부에서 받아왔어야 할 것은 장기적인 정책 사업이다. 대구시는 지난 30년 동안 제대로 된 국책 사업 하나 받아온 것 없이 TK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예산 몇천억 받는 것에만 집중했다."
▶대구경북연구원 분리 등 그동안 '한 뿌리'라는 말이 나왔던 대구와 경북이 최근 다소 멀어졌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대구와 경북 행정통합론 이야기가 나왔을 때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방자치 시대가 된 지가 벌써 얼마나 많이 지났는데, 대구·경북이 통합해서 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만들고 수장을 한 사람으로 뽑자고 하는데,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걸 자꾸 억지로 만들자고 하는 건 정치적으로 보면 쇼에 불과한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도 우리가 분리하자고 한 것이 아니고 경북도에서 먼저 분리하자고 했다. 1주일 고민하다가 받은 것이다. 대구는 도시행정, 경북도는 도·농복합행정으로 행정 자체가 다르고 정책 방향도 다르다. 상생하고는 다른 문제다. 경북은 경북의 특성대로 성장을 하고, 대구는 대구의 특성대로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 억지로 하나로 묶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대구의 발전이 경북을 도와주는 것이고, 경북의 발전이 대구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본다.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잘 되는 게 서로를 돕는 길이다."
▶끝으로 대구시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4년 동안 앞만 보고 가겠습니다. 대구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더욱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대담=임성수 사회부장

임성수
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