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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영남일보 등 국제기자단과 만난 대만연합국협진회(TAIUNA)는 '오렌지'와 '사과'를 직접 꺼내놓으며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국가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
1971년 10월25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대표가 유일한 합법 대표임을 인정하는 제2758호 결의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후 유엔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는 중화민국(中華民國·대만)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됐다. 중국은 내친김에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까지 꿰찼다.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대만은 유엔을 자진 탈퇴했지만 이후 '악몽'이 시작됐다. 일본은 1972년, 미국은 1979년 대만과 단교했고 한국도 1992년 아시아에서 마지막으로 대만과 단교를 선언했다. 중국과 '수교 30주년'이 된 올해는 곧 대만과 '단교 30년'이 되는 해인 셈이다. 현재 대만과 수교한 나라는 14개국으로, 주로 중남미·태평양·아프리카에 위치한 작은 나라다.
대만이 스포츠 등 국제대회에 나설 때는 '차이니즈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명칭과 대만올림픽위원회기를 사용한다. 선수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국가(國歌)' 대신 '국기가(國旗歌)'가 연주된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태권도 종목에 출전한 천쉬친은 대만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기고도 이런 설움에 북받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국제 미인대회에선 각국 대표들이 국기를 들고 입장했지만 대만 참가자는 제지당해 눈시울을 붉혀야만 했다. 대만 출신으로 K-POP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쯔위(당시 16세)는 2015년 한 인터넷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다 중국으로부터 '대만독립 지지자'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여론이 악화하고 눈에 보이는 불이익이 생겨나자 쯔위는 결국 중국에 고개를 숙이는 동영상을 찍어야만 했다.
1971년 유엔서 국가 지위 잃어
수교 끊기고 국제대회 설움도
기술협력·인도적 지원 외교로
글로벌 영향력 대대적인 홍보
中의 '대만 무력장악' 경고하고
유엔 핵심가치 평화·정의 역설
"옵서버 자격이라도 참여할 것"
국제기구 재진출 의지 드러내
◆국제사회 일원으로 거듭나기
지난달 29일 영남일보 등 국제기자단을 만난 대만연합국협진회(台灣聯合國協進會·TAIUNA)는 "사과는 사과고, 오렌지는 오렌지"라는 논리를 펼쳤다. 대만은 대만이고 중국은 중국일 뿐 같은 나라가 아니라는 의미다. 피터 황 감사는 "중국이 대만을 군대로 장악하려는 야심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 평화와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는 유엔이 계속 대만을 배제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평화를 사랑하는 대만은 유엔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유엔이 평화·정직·공정·정의와 같은 핵심가치를 보호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토미 린 이사장은 지난달 12일 유엔본부(미국 뉴욕)에 공문을 보내고 대만의 가입을 요청했다. 공문에는 △제2758호 결의안은 중국이 대만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았다는 점 △국가의 권리 의무에 관한 몬테비데오 협약(제1조)상 대만은 명확한 영토와 정주 인구, 정부, 다른 국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 △대만은 의료와 경제개발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로 부상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대만 정부는 현재 각종 국제기구에 '옵서버(참관인)' 자격으로라도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당장 교통부민용항공국(交通部民用航空局)과 위생복리부는 국제기자단 브리핑에서 각각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세계보건기구(WHO) 참여에 강력한 의사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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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국가 팔라우에서 대만 국제합작발전기금회(ICDF)가 아이들에게 채소 가꾸기 등을 알려주고 있는 모습. 〈ICDF 인스타그램 캡처〉 |
◆국제사회에 영향력 드러내
대만은 이 과정에서 자국의 저력과 국제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대내외에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대만 국제합작발전기금회(ICDF)는 지난달 28일 국제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대만이 개발도상국 등 국제사회에 농업·지식·환경 등 분야에서 기술협력, 인도주의적인 도움, 투자 등을 하고 있으며 또 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실제 대만은 2020년 초부터 서방국가 등에 '타이완 캔 헬프(Taiwan can help)'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코로나19 의료용품 지원 외교를 벌였다. 또 대만의 실리콘밸리인 신주시의 사이언스파크에선 반도체로 대표되는 대만의 기술력을, 대만 국영 항공기생산업체인 한샹(漢翔)은 자국 내 항공우주산업의 발전상을 과시하고 있다.
대만 내 이슈가 상당히 파격적이어서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만은 통상 아시아에서 가장 진보적인 사회로 통한다. 역설적으로 중국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일례로, 대만 디지털발전부(MODA)의 탕펑(唐鳳·오드리 탕·41) 부장(장관)의 이력은 놀라움 그 자체다. 천재 해커 출신인 그는 최연소(당시 35세), 최저 학력(중학교 중퇴), 첫 트렌스젠더(남성→여성) 장관이 됐다. 탕 부장은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구매 지도'를 개발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대활약을 펼쳤다. 대만은 2019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로도 유명하다. 최근엔 성 평등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스토킹과 사이버 범죄 등은 대만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의 국제 교류 및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만국가부녀관(Taiwan Women's Center) 관계자는 영남일보에 "대만과 한국, 일본은 특히 비슷한 사회적 환경과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오는 11월 동아시아 여성포럼을 계획하고 있다"며 "NGO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각 정부에 문제를 직시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지 등을 토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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