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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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1 06:41  |  수정 2022-11-11 06:47  |  발행일 2022-11-11 제22면
폭등했던 부동산시장 반전
새 정책 없는데 거래 실종
급격한 금리인상이 결정타
가슴만 타는 2030세대
부동산은 '눈물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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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부동산 시장이 이상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집값 폭등세가 잦아들 기미는 없었고, 어떤 정책으로도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는 비관론이 만연했다. 그런데 갑자기 시장 상황이 반전됐다. 거래가 실종되고, 한정 없이 올라갈 것만 같았던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도권 외곽의 비인기 지역에서 일어나는 국지적 현상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갭투자'로 '떼돈'을 벌었던 투기꾼들과 '영혼'까지 끌어모아 무리하게 집을 산 청년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새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고 무슨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지도 않았다. 시장 상황의 반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대로 가다가는 '하우스푸어'(집을 갖고 있지만, 원리금 상환부담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가 양산되고,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발발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첫째, 시장 내부의 요인으로 '승자의 저주'를 꼽을 수 있다. 승자의 저주란 불확실한 가치를 가진 물건이 최고가로 입찰한 사람에게 팔릴 때 낙찰받은 사람이 오히려 경제적 고통을 겪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다. '승자'가 고통을 겪는 이유는 승리를 위해 과다한 비용을 치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에는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사람들이 자꾸 비싸지는 집을 매입하는 이유는 미래에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 돈 저 돈 끌어모아 자기 능력치를 넘어서는 비싼 집을 매입한 경우 곧바로 캐시플로(cash flow)상의 압박을 받는다. 매입한 주택의 가격이 비쌀수록 이 압박은 커진다. 집값이 올라갈 때는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얼마 동안 버티겠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다. 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매입한 주택을 매각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하면, 집값 상승세는 둔화한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효력을 발휘했다. 지지율 하락을 염려해 출범 후 내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과 2020년 7·10 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와 과세를 대폭 강화하며 본격적인 집값 잡기에 나섰다. 여기에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까지 더해짐으로써 부동산 보유 비용의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사실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효과였다.

셋째,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과격한' 금리 인상이 있었고 한국이 여기에 뒤따라가며 금리를 크게 인상한 것이 결정타였다. 대출로 고가주택을 매입한 사람들의 캐시플로상 압박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집을 팔아서 대출을 갚고 싶지만, 팔리지 않는다. 금리 인상으로 삽시간에 투기수요가 사라지고(수요 감소), 자금 압박으로 집을 매각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니(공급 증가), 가격 하락의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다.

만일 한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지 않을 수만 있었다면 부동산 시장은 연착륙 경로를 따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고 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규제와 과세를 완화하며 대처하고자 하지만, 금리 인상의 영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경착륙을 피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부동산값 폭등기에는 서민의 가슴에 대못이 박히고, 시장 상황이 거꾸로 된 지금은 2030 세대의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이러나저러나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눈물의 씨앗'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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