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무원노조가 대구시내 곳곳에 내건 현수막. 마치 내년 1월1일부터 점심시간 휴무제가 실시되는 것처럼 작성돼 있어 시민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내년부터 대구 8개 구·군청에서 점심시간엔 근무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대구시내 곳곳에 내걸리면서 '공무원 점심시간(민원실) 휴무제'와 관련한 공방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노조) 대구지역본부는 지난 1일부터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2023년 1월1일부터 대구지역(8개 구·군) 점심시간에 근무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주요 네거리 100여 곳에 게시했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의 점심시간과 휴식의 권리를 보장하고 민원인에게 더 나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경기·전남 등 일부 지자체 민원실에서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민원인 편의를 위해 기존 근무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한 상태다. 일부 대구시민은 양측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난감한 기색이다. 직장인 조모(35)씨는 "공무원의 휴게시간을 존중해야 하는 것도 공감하지만 일반 직장인 처지에서는 민원을 처리할 시간이 점심시간 외에는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쪽 의견이 맞고 틀렸다고 말하기가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 |
홍준표 대구시장이 5일 시청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 점심시간(민원실) 휴무제'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일(SNS)에 이어 5일에도 '점심시간 휴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시장은 이날 오후 대구시 동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구시 공무원은 시민을 위해서 일하는 조직이지 공무원을 위해서 일하는 조직이 아니다"며 "교대근무나 유연근무로 해결할 수 있는 내부 문제를 전(全) 공무원으로 확대해 주장하는 것에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심시간에 일하는 공무원이 어디 있는가. 민원실만 그러지 말라는 것인데 수도권의 안산시청은 24시간, 수원시청은 지하철역에 민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 지자체들은 대민봉사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데 대구에서는 민원실도 점심시간에 운영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는 지방행정시대에 역주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무원 노조의 현수막을 보면 마치 모든 공무원이 점심시간에 일하는 것처럼 표현해 놨는데, 그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허위사실은 붙이면 안 된다. '민원실은 쉽니다'라고 써야 한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앞선 SNS를 통해서도 홍 시장은 "생업에 바쁜 시민이 점심시간 짬을 내 민원실에 오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런 경우 민원실이 폐쇄돼 있으면 얼마나 황당하겠냐. 지자체 내부에서 교대근무나 유연근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시민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구구청장·군수협의회는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1월부터 3개월간 홍보하고, 4~9월 대구 8개 구·군청에서 시범 운영한 뒤 장단점을 검토해 지속·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시민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가 홍 시장의 발언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는 5일 오후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점심시간 휴무제에 반대한 홍 시장을 비판하고 민원불편 최소화, 공무원 노동자의 시민적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점심시간 휴무제 실시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공무원은 국가에 의해 고용돼 다양한 행정과 관련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노동의 대가로 급여를 받는 임금노동자다. 민원실 근무자는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자리에 앉아서 일을 하는데, 30분씩 밥을 먹으라는 것은 쉬지 말고 일만 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임성수
편집국 경북본사 1부장 임성수입니다.
이현덕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