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시티·따뜻한 공동체' .20] 스케일업 하는 스마트시티:스마트시티가 당면한 세가지 주제

  • 김희대 대구TP 기획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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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9 08:11  |  수정 2022-12-09 08:39  |  발행일 2022-12-09 제21면
한국의 데이터기반 스마트시티 경쟁력 진화…세계 도시와 어깨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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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대구TP 기획평가팀장)

코로나로 인해 스마트시티를 추구하는 세계 도시들의 시계가 멈춘 듯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 끊임없이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월드 콩그레스(SCEWC: Smart City Expo World Congress)'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3년 만에 대면으로 재개된 행사의 달라진 풍경은 헬싱키나 브리스틀 같은 북유럽과 영국 도시들과, 선전이나 항저우 같은 중국 도시들이 대거 사라졌다. 대신 도쿄를 포함한 일본, 인도, 아랍의 도시들이 새롭게 선보였다. 브렉시트(Britain Exit)와 유럽·중국 간의 불편한 지금의 국제정세가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이번 SCEWC는 향후 세계 스마트시티가 나아갈 세 가지 주제, '미래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시민참여'를 분명한 메시지로 던지고 있다. 앞의 두 개는 스마트시티가 집중해야 할 도시 문제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스마트시티를 만들어 가는 절차와 거버넌스 문제다. 스마트시티에서 '모빌리티(mobility)'는 버스, 지하철, 자동차와 같은 운송수단(vehicle) 개념을 뛰어넘어 전동스쿠터, 공유자전거, 공유 차량 등 도시 내 인간 이동과 관련된 총체적 서비스 개념이다. 미래 모빌리티는 드론택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 이동성까지 포함한다. 또한 스마트시티에서 '지속가능성'은 도시가 오랫동안 번영을 유지한다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탄소중립과 에너지를 관리하여 기후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체적인 도시목표를 의미한다.


세계적 '기후중립'의 가치 촉구
모빌리티·지속가능 키워드로
다양한 도시서비스 변화 추세



현재 세계는 탄소중립에서 한발 더 나아가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등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모든 물질을 균형적으로 관리하는 '기후중립'을 세계 도시에 촉구하고 있다. 행정, 복지, 시설관리, 도시재생, 재난관리 등 도시가 현실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다양한 서비스는 모빌리티와 지속가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수렴되는 추세다. 다시 말하자면 '교통약자를 위한 모빌리티' '도시 지속가능을 위한 모빌리티 설계' '탄소중립을 위한 도시 자원관리'처럼 탄소중립과 모빌리티로 수렴된 실체적인 서비스로 계층화되어 도시에 실현되고 있다.

한편 스마트시티를 만들어 가는 절차에 대해서도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는 이번 SCEWC 행사가 지향하는 '시민에게 영감을 받는 도시(Cities inspired by People)' '시민에게 집중하는 스마트시티(Centering People in Smart Cities)'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시민들을 중심으로 도시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를 넘어 시민이 분명한 주체로 참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구가 구축한 데이터허브모델
인센티브 장치 등 보완한다면
세계도시와 초격차 만들 수도



세계 스마트시티의 뚜렷한 변화 속에 한국 스마트시티도 유럽이나 미국의 스마트시티 모델을 따라가던(catchup) 이전 상황과 달리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 한국의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와 데이터 허브모델은 세계 도시들에 자랑할 만하다. 데이터 중요성에 대한 구호만 있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한국 도시는 선도적 실증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일부 해외 기업이 보여주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도 가볍게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5년 전만 하더라도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는 싱가포르가 유일했지만 지금 한국 스마트시티는 데이터의 표준과 개방성, 오픈소스 개발 방식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도시들이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세계 도시들을 완전히 탈추격하여 초격차를 만들려면 다음의 몇 가지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대구가 시범도시로 선정되어 구축한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 모델을 고도화해야 한다. 나아가 도시별로 확대하고 있는 통합데이터센터와 데이터 허브 모델을 묶어 통합 개방 환경을 구축하여 다양한 서비스가 창출되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오픈 도시데이터를 활용하여 개발한 서비스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다시 데이터 허브에 재귀적으로 저장(recursive data)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시민중심 스마트시티를 위한 거버넌스의 실질적, 제도적 구현이 필요하다. 시민중심의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달리 한국사회에서 구체화시키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성숙한 시민력의 부재와 같은 이유 외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행정의 사일로(silo) 현상이다. 국토부, 과기부, 행안부 등 부처별로 비슷한 도시서비스와 데이터를 관리하지만, 부처 간 협업부재로 시너지가 발휘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요청되는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시민중심'이라는 절차적인 거버넌스를 세세하게 살필 겨를이 없다. 스마트시티 거버넌스의 행정 총괄책임자 위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국가는 총리급, 도시는 부시장급 이상이 거버넌스를 책임지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셋째, 유연한 스마트시티 서비스 개발방식이 필요하다. 시민중심의 스마트시티가 도시의 모든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정답은 아니다. 행정가와 전문가의 빠른 의사결정과 넓은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다만 실제 도시 서비스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과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디자인씽킹, 리스닝 거버넌스 모델, 커뮤니티 개발, 리빙랩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넷째, 도시 리더십의 변화에도 스마트시티의 지속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도시의 리더십이 바뀌면 이전에 추진되는 사업들이 생명력을 이어가기 어려운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결국 민간이 주도하는 스케일업 전략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도시별 특성에 맞는 스마트시티 클러스터링이 필요하다. 베를린의 유리프 캠퍼스(EUREF-Campus)는 좋은 사례이다. 베를린 시립 가스회사의 가스공장으로 활용되었으나 전후 운영이 중단되면서 방치되었던 곳을 2007년 민간 개발업자가 부지를 매입해 에너지 전환과 모빌리티 관련 캠퍼스로 개발하여, 현재 에너지 관련 기업 150개가 모여있는 생태계 공간으로 바뀌었다.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관련 제품과 서비스의 표준을 주도하며, 새로운 스타트업이 스케일업 하기 좋은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운영기관은 주체들 간 네트워킹을 끊김 없이 주도하며 혁신 시너지를 만든다. 한국도 모든 도시가 동일한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국가예산을 경쟁적으로 유치할 것이 아니라, 도시별 특화 분야를 중심으로 집적화하여 시너지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설명한 데이터 중심 스마트시티 실증의 확대, 시민중심 거버넌스 마련, 이해관계자 참여방식의 서비스 개발, 민간주도 스마트시티 개발 등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계 스마트시티 환경 속에서 한국 도시들이 주도적으로 채를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구TP 기획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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