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주택법 개정안 vs 층간소음 방지법

  • 조응천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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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2  |  수정 2022-12-12 06:48  |  발행일 2022-12-12 제25면

[여의도 메일] 주택법 개정안 vs 층간소음 방지법
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최우수법률상 대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작년 이맘때쯤 이 지면을 통해 '층간소음 전쟁'을 소개했고, 주택법 개정을 입법 예고했다. 바로 그 법이다. 여러 동료 의원들의 공감 속에 본회의 통과까지 어렵지 않았다. 이번에 개정된 주택법은 층간소음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용검사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 구조의 성능을 측정하는 '사후 확인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보완시공을 하게 하거나 입주민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사전 인정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시공사의 꼼수를 원천 차단하여 층간소음에 따른 이웃 간 분쟁을 줄이기 위한 개정이었다.

모처럼 국회의원으로서 '자기 밥값'을 했다는 기쁨과 함께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분명 아파트에 살며 층간소음 갈등으로 고통받는 많은 분께 도움이 되는 법이지만 올해 통과된 법률 중 최고상을 받을 만했나?' '전문가 심사단은 어떤 점에 주목했을까?'

그래서 내린 결론은 법안의 '부제(副題)'였다. 입안과정부터 심사과정까지 법률상 공모 시에도 이번 주택법 개정안을 '층간소음 방지법'이라고 이름 지어 설득했다. 법안의 내용은 다소 전문적이고 복잡하지만, 법안의 취지와 핵심적인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어 부제가 법안을 더 돋보이게 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바이스'는 미국 46대 부통령 딕 체니의 생애를 그린다. 영화에서 딕 체니는 보수 싱크탱크 AEI를 통해 '상속세'를 '사망세'로 제안하여 사람들이 '내가 죽는 데 세금을 내야 하냐?'는 인터뷰를 하게끔 한다. '부제'의 중요성을 이보다 더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법률의 부제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천595개의 법률이 있다. 이 중에서 국민이 법률명을 알거나 최소한 들어본 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문제는 현재 법률의 제명이 지나치게 길고(이름만 무려 83글자짜리 법률도 있다) 각종 문서에서 법률명을 인용할 때 전체를 반복적으로 기재하는 대신 약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다른 약칭을 사용하여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률 제명의 약칭에 대한 공식 제도가 없다.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 제명의 부제를 쓸 수는 있는데, 이때 부제는 대표발의 의원의 이름을 넣어야 한다. 이를테면 이번에 통과된 '주택법 개정안'의 부제는 엄밀히 말하면 '층간소음 방지법'이 아니라 '조응천법'이다. 법률안 실명제의 일환이지 국민이 법률의 목적이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해당 법률을 인용할 때 사용할 명칭이나 약칭을 정하는데, 이를 'Popular Name'이라고 한다. 이름을 정하는 방식은 법률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거나(예를 들면 층간소음 사후확인법) 우리처럼 발의자의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구호를 사용할 수도 있고, 대중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희생자의 이름을 사용할 수도 있다. 우리의 경우 '민식이법'을 떠올리면 된다.

법률 제명의 부제를 정하거나 약칭을 정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국가기관, 공공기관, 법조인, 심지어는 언론까지. 언제까지 길고 어려운 법률명으로 국민을 골탕 먹일 셈인가? 오늘 또 입법과제 하나 추가다.

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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