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상화시인상] 심사평 "부정적 현실 속 연대 가능성 모색하는 정신 빛나"

  • 백승운,손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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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6 08:11  |  수정 2022-12-26 08:19  |  발행일 2022-12-26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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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영남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제36회 상화시인상 본심심사에서 심사위원들(왼쪽부터 고봉준 문학평론가, 이규리 시인, 장석남 시인)이 본심에 올라온 시집을 살펴보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본심 심사위원들에게 전달된 후보작은 여섯 권이었다. 이번 심사는 우편으로 전달받은 후보작을 세 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검토한 후 영남일보 회의실에 모여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는 전반적으로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의 하나였다. 심사위원들에게도 사전에 심사위원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고, 후보작을 검토하는 과정 역시 공성한 심사를 위해 철저하게 개인적인 방식으로 행해졌음을 밝혀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심사위원이 합의를 통해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본심에 올라온 여섯 권의 시집은 마치 한국시의 지형도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실과 경험을 재현적인 언어로 표현한 경향에서부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어 들며 감각적인 이미지를 구현한 경향에 이르기까지, 여섯 권의 후보작에는 다양한 경향이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섯 권의 시집은 대략 세 가지 경향으로 구분할 수 있었던 듯하다. 이러한 다양성은 우연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예심 심사위원의 구성을 다양화함으로써 발생한 현상이라고 추측된다.

여섯 권의 시집을 읽은 느낌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수상작의 범위는 쉽게 2~3권으로 압축되었다. 이민하, 백무산, 신동옥의 시집이 그것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민하의 '미기후'가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시집의 성취가 단연 두드러진다는 점이 최우선적인 고려사항이었으나, 이민하의 시적 성취가 그동안 충분히 주목되지 못했다는 점도 약간의 역할을 했다.

이민하의 시집은 불합리하고 억압적인 현실에 저항하려는 시인의 태도를 전면화하고 있으면서도 상투적인 언어와 이미지의 차원을 훌륭하게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아울러 부정적 현실 속에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작은 몸짓이 이 시집의 특징적인 면모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 정신이야말로 '상화시인상'이라는 상(賞)의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제법 커다란 물을 만들듯이, 각 개인의 상처와 아픔이 어우러져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저항적 응시로 나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이 시집을 통해 시인이 발견한 그리고 우리 시대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복잡다단한 '현실'의 스펙트럼일 것이다. 수상자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본심 심사위원 이규리(시인) 장석남(시인) 고봉준(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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