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오프라인 서비스 경계가 무너졌다...빅블러, 유통계 새바람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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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3  |  수정 2023-01-13 07:10  |  발행일 2023-01-13 제11면

온라인·오프라인 서비스 경계가 무너졌다...빅블러, 유통계 새바람
대구지역 유통업계 공간 비즈니스 전략의 대표 사례인 더현대 대구 모습. 더현대 대구는 지난해 제품 판매 매장을 줄이는 대신 문화예술 콘텐츠를 강화하는 리뉴얼을 진행했다. <더현대 대구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통업계는 온라인 시장 확대 등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변화를 겪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과 함께 올해는 '빅블러' 현상의 심화로 유통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블러(Big Blur)는 생산자와 소비자, 온라인과 오프라인, 제품과 서비스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글로벌 유통기업이자 IT기업으로서 다양한 영역의 비즈니스를 아우르고 있는 '아마존'이 대표적 사례다. 아마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무인 매장 시스템 '아마존고'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첨단 기술을 적용한 물류 시스템을 통해 물류 기업으로도 거듭나고 있다. 이처럼 유통산업과 물류산업이 뒤섞이고, 기술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유통과 ICT 기술이 융합돼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빅블러 시대와 유통업계 넥스트 비즈니스' 보고서를 통해 빅블러 현상이 심화하면서 △공간 비즈니스 △퀵커머스 △로컬 플랫폼 등 유통업계 내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오프라인 서비스 경계가 무너졌다...빅블러, 유통계 새바람

주도권 '오프라인→온라인' 이동
기존 매장, 리포지셔닝 전략 사용
고객 경험 강화…공간 비즈니스

더현대 대구, 문예 콘텐츠 강화
홈플러스 성서, 푸드 기능 확대

배달·유통 간극 좁힌 '퀵커머스'
지역 상권 '로컬 비즈니스' 부상

◆오프라인 유통업체, 공간 비즈니스로 재도약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온라인 유통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위기를 맞았다.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유통업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로 고객들이 바깥 활동을 줄이면서 온라인 시장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기존 매장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매장을 리뉴얼하고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공간 비즈니스 전략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리포지셔닝 전략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쇼핑 거점으로 역할을 바꾸는 식이다. 온라인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기능과 제품 픽업·교환·반품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로 변화를 주고 있는 것.

상품과 연계된 서비스를 강화하는 '버티컬 서비스'도 나타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제품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공간으로 역할을 확장하는 식이다. 식재료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음식 조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대구 유통업계에선 공간 비즈니스 전략 구사도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리뉴얼 오픈한 '더현대 대구'는 기존 제품 판매 매장 면적을 줄이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하이메 아욘'과 협업해 백화점 업계 최초로 한 층 전체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홈플러스 성서점은 최근 먹거리 기능을 강화한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했다. 신선한 식재료 판매는 물론 랍스터 등 특정 재료에 대한 찜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온라인·오프라인 서비스 경계가 무너졌다...빅블러, 유통계 새바람
홈플러스 성서점은 지난해 12월 대구지역 최초로 먹거리 기능을 강화하고 관련 서비스까지 연계한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했다. <홈플러스 제공>

◆새로운 비즈니스 '퀵커머스' 등장

언택트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배달과 유통 서비스의 경계가 붕괴되면서 퀵커머스 진출이 확산되고 있다.

퀵커머스는 이커머스에서 파생된 거래 형태 중 하나로 주로 근거리에 도보·오토바이·자전거 등을 이용해 1~2시간 이내로 빠르게 배달하는 형태다.

빠른 배송 속도가 핵심 경쟁력인 퀵커머스는 근거리 배송에 적합한 도심의 소형 물류센터나 주거지 인근 근린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삼고 있다. 식품·생필품 등 빠른 배송이 필요한 제품들이 주요 취급 품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 퀵커머스 시장은 2020년 250억달러 규모에서 2025년 720억달러로 3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퀵커머스를 빠르게 도입하는 추세다. 롯데마트는 주문 후 2시간 이내에 배달하는 '바로배송'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마트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쓱고우'라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론칭했다. GS리테일은 GS25·GS더프레시의 대형 유통망을 활용한 '우리동네GS'를 운영 중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새벽배송 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전국 대형마트 매장들은 물류 및 배송 기지로 활용될 수 있게 된다. 고객에게 보다 빠르게 제품을 전달할 수 있어 고객 편의성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사회 중심 로컬 플랫폼 부상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온라인 활동이 늘고 바깥 활동과 생활 반경은 줄면서 소비자는 자연스레 인근 동네와 주변 상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동이 제한된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지역 기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

이에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중심이 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로컬 비즈니스가 급부상했다. 온라인상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로컬 플랫폼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당근마켓과 같이 가까운 지역에 있는 사람들끼리 물건을 사고파는 플랫폼이 대표적인 예다. 지역 상점의 디지털화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로컬 이커머스 형태의 플랫폼도 증가추세다. 로컬 이커머스는 동네마트, 정육점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심의 지역 상점을 모아 놓은 형태의 플랫폼이다. 개별적으로 온라인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운 지역 상점을 모아 온라인 공간을 제공하면서 주문·결제·배송 시스템도 지원한다.

네이버는 동네 전통 시장과 연계해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당일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동네시장' 서비스를 론칭했다.

대구시도 대구형 배달앱인 '대구로'를 운영 중이다. 대구로는 기존 배달음식뿐만 아니라 음식점 예약·택시 호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대구지역 전통시장과도 연계돼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로컬 플랫폼은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지만 단일적 서비스만 제공할 경우 수익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며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곳곳에 침투한 다양한 영역을 파고들며 지역사회와 밀착된 형태로 사업을 전개하면 고객 확보가 용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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