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가성비·가심비·플렉스 다 누리는 '식도락(食道樂)'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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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7 07:14  |  수정 2023-01-27 07:24  |  발행일 2023-01-27 제11면
올해 대한민국 외식 트렌드

CU도시락
물가급등으로 점심값이 부담되는 직장인을 위한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다.

올해 외식산업계에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국내 경기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오는 30일부터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시행됨에 따라 외식업계는 기대감에 차 있다. 실제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산업경기는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최근 '대한민국 외식 트렌드 분석과 2023년 외식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외식 시장에 대한 분석과 극복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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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중심으로 호텔 등을 이용하는 고급 외식문화도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저가 vs 프리미엄' 외식 소비 양분화

올해는 저가 외식상품과 프리미엄 외식상품의 양극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물가가 급상승함에 따라 편의점 도시락 등 저가 외식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연간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1%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0% 상승했다. 식품은 전년보다 6.9%, 식품 이외는 5.4% 각각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대비 5.4% 올랐다. 신선과일이 6.3%, 신선채소 5.7%, 신선어개 3.3% 각각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곡물 및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런치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 끼를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는 도시락 제품 출시에 열을 올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1~12일 CU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GS25는 37.6%, 세븐일레븐은 30%, 이마트24는 24% 각각 증가했다.

이와는 반대로 고물가 상황 속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호텔 레스토랑과 오마카세 등을 이용하는 고급 외식 문화도 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외식산업에서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MZ세대의 값비싼 물건들을 사고 과시하는 욕구인 플렉스(Flex)와 가성비보다는 심리적 만족도에 가치를 두는 가심비 중심 소비 경향 등이 반영된 것이다.

직장인 진모(34)씨는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어떤 식당을 가도 부담되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기념일 같은 날에는 오히려 고급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게 식사나 서비스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 등 삼중고에 '런치플레이션' 신조어까지
점심엔 '가성비' 만족 든든한 편의점 도시락 한 끼
주말은 '가심비' 충족 호텔 레스토랑 등서 '플렉스'

먹는 즐거움도 챙기는 '로 스펙' 건강식음료 관심
키오스크로 주문·로봇이 서빙 '푸드테크' 일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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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먹는 즐거움을 함께 챙기는 '로 스펙' 식음료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 관심 높아져

건강관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대되면서 건강 관련 식품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2023 로 스펙(Low Spec)' 및 '대체감미료'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은 79.4%로 2020년 74.6%, 2021년 78.1%보다 늘어났다. 건강관리에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도 59.2%로 나타났다.

건강관리와 먹는 즐거움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로 스펙' 식음료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로 스펙 식음료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전체의 64.3%를 차지했다.

대체감미료에 대한 인지율은 27.0%로 낮지만 '제로 칼로리'나 '제로 슈거' 등 식음료 인기가 높은 것 같다는 응답은 78.0%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맛을 낸다면 가급적 '제로' 식음료를 선택할 것이란 응답은 73.0%, 향후 식음료 매장 등에 '슈가 프리' 같은 옵션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응답도 65.8%로 높았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점차 가속화하는 고령화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과 투자 비용이 늘면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최근 5년간 20% 이상 급성장했다. 2017년 4조1천728억원이던 시장 규모는 2018년 4조4천268억원, 2019년 4조6천699억원, 2020년 4조9천273억원, 2021년 5조454억원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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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메뉴를 주문하는 모습이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서빙로봇
외식업계에 서빙로봇 등 푸드테크 서비스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영남일보 DB>

◆푸드테크 서비스 도입 활발

대학가나 주요 상권의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서빙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풍경이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과거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제한적으로 볼 수 있었던 푸드테크 서비스가 한식·중식 등 다양한 음식점에서도 활발히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발표된 통계청의 '2020년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 설치 업소는 전국에 3만개이고, 이 중 음식·주점업이 1만7천개(57.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서빙·퇴식 로봇을 레스토랑에서 자주 접하게 되면서 변화된 외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 같다"며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푸드테크의 발달은 외식문화의 패러다임 및 식생활 변화를 더 빠르게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존 위한 수비적 전략 필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외식소비 트렌드와 국내외 경제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변화된 흐름을 잘 파악해 생존을 위한 수비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식 및 비건을 포함한 외식시장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고 특히, 미식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들은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 탄생을 위한 모든 과정에 대해 가치를 부여한다. 자연친화적 식재료 생산 및 활용, 소비자 건강을 중시한 제조·가공, 음식 소비문화 등의 전반적인 음식 생태계를 고려하기 때문에 희소한 가치를 갖는 미식 상품과 음식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중요시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1인 외식소비시장 성장도 주목해야 한다.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40%를 넘어섰다. 1인이나 2인 단위의 소비층을 공략하는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규민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외식경기는 지난해보다도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산업계 전반의 의견"이라면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변화된 흐름을 잘 파악해 새롭게 대두되는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다면 불황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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